미래저축銀, 부실사 인수로 위상 '업그레이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2.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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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섬'에서 문을 연 작은 저축은행이 어느새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저축은행으로 급성장했다. 미래저축은행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달 사모펀드인 MH투자전문회사와 함께 전북 군산의 한일저축은행을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미래저축은행은 부실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당국의 인센티브에 따라 서울·분당·부산·울산에 모두 5개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 은행의 영업권역은 현재 제주, 서울, 충남에서 경기, 부산, 전북, 경남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점수도 21개로 대폭 늘어난다. 이는 한국·부산·솔로몬 계열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규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일수 영업을 하던 제주의 작은 저축은행이 10년 새 일약 전국적인 저축은행으로 성장했다"며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해 새로 진출한 지역에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미래저축은행이 이번에 인수한 한일저축은행은 지난 3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31.04%,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3.2%로 부실이 심각했다. 미래저축은행은 MH투자전문회사와 공동으로 연내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래저축은행이 간단치 않은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건 소상공인 대출을 위주로 하는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7년 연속 순익을 올리며 체력을 비축해둔 덕분이다. 미래저축은행 여신포트폴리오에서 소상공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는 9%에 불과하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남다른 영업전략으로 꾸준히 이익을 내며 현금을 비축해 왔다"면서 "지난 연말 대다수 대형사가 부동산PF 부실로 곤욕을 치렀지만 우리는 한발 비껴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한 점도 이번 인수 성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저축은행은 이번에 대형저축은행들과 유기적 협조를 원만히 이끌어내 업계 내 위상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이번 한일저축은행 인수에는 현대스위스, 부산, 제일, 에이스저축은행 등 총 12개 저축은행이 각각 30억~40억원씩 출자해 설립한 MH주식회사에서 430억원의 인수자금을 지원해 미래저축은행에 힘을 보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대형저축은행들이 힘을 모아 업계 내 자발적 구조조정을 실시한 모범사례"라면서 "이 과정에서 미래저축은행은 뛰어난 협상력을 보이며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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