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될 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금융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공자위는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66% 중 경영권과 상관없는 소수 지분인 16%를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장내에서 8%씩 매각한 뒤, 2011년 이후 지배지분(50%+1주)를 매각해 민영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지분매각 후 최소 3개월 이내에는 재매각을 금지하는 락업조항, 그리고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함께 고려한 스케줄이다.
이와 관련,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17일 예보 소수지분 8%를 우리금융이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거론했고, 예보는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 지분 8%를 인수하는 데는 1조 원 가량이 필요하나,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차입으로 조달하거나 포스코, KT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기업의 주식과 우리금융 자사주를 맞교환하면 된다. 아울러 한차례 예보지분 블록딜(8%)이 이뤄지면 지배지분(50%+1주)만 남는다.
◇금융지주 대등합병 시나리오 유력=이후 민영화 시나리오는 2~3개로 압축된다. 가장 유력한 건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우리금융이 이들 금융지주와 주식교환(스와프) 방식으로 합하고, 새로운 금융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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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파트너로 우리금융과 자산규모가 비슷한 KB금융, 신한지주가 정해진다면 1대1 대등합병이 가능해 민영화가 무척 빨라진다. 대등합병 후 예보의 지분율은 50%에서 25%로 낮아진다.
물론 예보 입장에선 지분율만 낮아질 뿐 투입된 공적자금이 회수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합병 후 예상되는 주가상승을 고려하면 '출구'는 충분히 확보된다는 평가다. 주가가 상승하면 예보의 지분매각이 무척 쉬워질 뿐 아니라,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서 자금회수 효과도 커진다.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M&A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시너지와 비용절감, 수익성 개선 등의 효과가 무척 클 것"이라며 "특히 합병 후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라는 프리미엄이 생겨서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규모가 80조원 가량 차이나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묶어진다면 다소 복잡하다. 우리금융이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매각해 덩치를 줄이거나 합병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걸림돌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경우 경영 주도권을 포함해 지배구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점이다. M&A 협상 중 헤게모니 싸움이 발생해 무산되는 경우가 적잖다.
가능성은 낮지만 독자 민영화 가능성도 여전히 남는다. 내년까지 예보지분 16%를 우선 처분한 뒤, 나머지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분할매각하는 형태다. 예보가 20~30%의 우호지분만 쥐고 경영권을 내놓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국민연금이나 기업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를 다수 확보해야 해 간단한 작업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영화를 앞당기겠다는 당국의 의지와도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