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아이폰·옴니아폰에 들어가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2009.12.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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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하나, 제3세대 신용카드 주도할 듯

남녀커플이 거리를 걷다 영화 포스터를 발견한다. 휴대폰을 꺼내 포스터에 대자 가까운 영화 줄거리와 상영관, 시간 뿐 아니라 할인쿠폰까지 뜬다.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 평가한 점수도 받아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 결제버튼을 누르면 극장까지 갈 필요 없이 티켓 2장이 구매된다. 극장에서는 모바일 바우처로 휴대폰에 저장된 티켓만 보여주고 입장할 수 있다. 영화를 본 후 휴대폰을 켜면 인근 맛 집과 카드할인 가맹점 리스트가 검색된다.



이는 휴대폰과 결합한 제3세대 신용카드가 탄생했을 때를 가정한 모습이다.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카드사업의 제휴를 결정한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조만간 선보이려는 서비스로, 금융서비스와 소비문화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하나금융+SKT' 제3세대 카드탄생 예고=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4일 이사회를 열어 하나카드 지분투자(2대주주)를 확정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연내 출자를 마무리한 후 곧바로 하나카드와 제3세대 신용카드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아이폰, 옴니아폰 등 각종 스마트폰을 통해 신용카드와 휴대폰이 하나로 통합되는 방식의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게 양사의 구상이다.

하나카드와 SK텔레콤이 구상하고 있는 제3세대 신용카드는 '근거리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을 근간으로 휴대폰이 카드를 대체하는 형태다. 앞선 사례처럼 휴대폰을 칩이 부착된 스티커나 포스터에 갖다 대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상품정보가 휴대폰으로 제공되고 곧바로 상품구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1969년 신세계 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선보인 후 40년간 카드는 크게 2번의 세대교체를 거쳤다. 제1세대인 마그네틱 카드는 지급결제 기능만 가능했으나, 2000년 제2세대 IC카드가 도입되면서 활용도가 커졌다.


IC카드는 많은 용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안성이 높고 비접촉 결제도 가능하다. 카드가 학생증이나 공무원증을 대체하고 버스나 지하철, 택시에서도 사용되는 건 이 때문이다.

제3세대는 카드를 소지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가맹점 제휴마케팅이 가능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드업계, SKT 효과에 긴장= 컨설팅업체 부즈알렌해밀턴(BAH)은 제3세대 신용카드가 소비활성화와 금융고객 충성도 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제가 용이할 뿐 아니라 상품에 관심을 느낀 고객들의 '즉시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계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나카드와 제휴한 가맹점은 SK텔레콤에서도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역으로 SK텔레콤 제휴 가맹점에서 하나카드가 할인폭을 높여주는 구도도 만들 수 있다.

양사의 제휴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의 제휴처 마일리지로 통신요금이나 카드값을 결제할 수 있다. 나아가 할인점 마일리지 카드를 휴대폰에 결합할 수도 있다.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관련 기술을 완성한 상태여서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오피스빌딩 출입이나 컴퓨터 보안접속, 자동차 탑승시 본인인증도구로도 활용 가능할 정도로 NFC의 용처는 무궁무진하다"면서 "NFC휴대폰이 수년 뒤 지갑을 대체하는 주류상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카드는 시장 영향력이 높지 않았으나,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우군과의 제휴를 토대로 제3세대 카드에서 선두주자가 될 수 있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마그네틱, IC카드는 회원들이 두 세장의 카드를 함께 쓸 수 있지만 휴대폰은 그렇지 않다"며 "하나카드가 SK텔레콤과 IT 기술을 기반으로 신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하나카드는 회원수 582만명, 시장점유율 7.0%에 불과하나 SK그룹 전체의 지원을 받을 경우 단기간 점유율이 급등할 것"이라며 "하나카드가 제3세대 카드를 언제쯤 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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