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국의 재발견'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12.10 09:37
글자크기

[당당똑똑코리아-1부]⑤무역 및 FTA 체결성과, 수출규모 사상 첫 세계9위

"한국의 수출을 위해 잔을 들어라."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기로 소문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4일 이같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학 명예 수석연구원은 이 글에서 "한국이 수출에서 영국을 앞질렀다면 영국인들은 찬물 세례를 받아야 하며 한국인들은 샴페인으로 축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9대 수출 강국..무역흑자 첫 일본 추월 = 실제로 올해 1∼9월 통계를 보면 한국은 수출 규모면에서 영국과 러시아, 캐나다를 제치고 사상 최초로 세계 9대 강국으로 올랐다. 작년보다 3계단이나 상승했다. 1950년 85위이던 한국은 1980년 26위로 뛰어올랐으며 1990년대 이후 11∼12위에 머물렀다.

1950년대 이래 연간 수출 순위 10위권 밖의 국가가 10위권 안에 진입한 사례는 아직 일본과 중국밖에 없다. 연말까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한국이 3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경쟁국에 비해 양호한 수출 실적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1등 공신이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42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EU 모두와 FTA 맺는 유일한 국가 = 이처럼 '무역 강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자유무역 전파에 가장 열성적인 국가로 꼽힌다. 현재 한국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과의 교역은 FTA 발효 후 연평균 적게는 20.5%에서 많게는 31.6%까지 늘었다.

한국은 또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와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협상이 타결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 EU 모두와 FTA를 맺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협상이 끝난 한·미, 한·EU FTA와 한·인도 CEP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의 무역 가운데 FTA 체결국과 이뤄지는 교역의 비율은 현재 11∼12% 수준에서 34%로 급상승하게 된다.

이밖에 한국은 중국과 일본, 걸프협력회의(GCC) 등 15개 경제권역과 추가로 FTA 체결을 준비 중이어서 사실상 세계 주요 경제권 대부분과 국경 없이 무역을 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한국의 FTA 성과를 배우기 위해 올해만 해도 아프리카연합(AU)과 몽골, 일본 등지에서 한국 정부에 고위 공무원을 파견하거나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FTA 실무를 담당하는 김진욱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정책기획과장 "특히 FTA 실무를 담당하는 일본 공무원들로부터 한국이 어떻게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체결에 이르렀는지 추진력을 배웠으면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비스 제도 선진화의 계기로 = FTA는 단순히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교역이 느는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FTA는 의료와 교육,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측면에서도 시장 개방이 이뤄져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2000∼2007년 평균 미국의 44.8%, 일본의 59.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경쟁력이 낮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규제 철폐와 선진 제도 도입 등이 필수적이다.

FTA와 같은 외부 변수 없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도를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그러나 FTA는 교역 측면에서 우리가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를 논리로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교역 증가 효과가 부각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도 선진화를 통한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보호무역 배격' 평가받아 G20 개최 = 한국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된 것도 한국의 국가간 자유 교역 확산 의지를 회원국들이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관철돼 보호무역 배격이 선언문에 명문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G20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도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해 달라"고 각국 정상들에게 호소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자유무역 전도사(Free Trade Evangelist)'"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료는 "금융위기를 기회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이 앞장서 이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G20이 국제 공조로 금융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만큼 이런 한국의 보호무역주의 배격 노력이 인정을 받아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