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재정위통과… 법사위에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12.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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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 법사위원회로 넘어갔다.

본회의 통과까지 한 고비를 넘겼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법사위에 묶일 가능성이 적잖다.

개정안은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공동검사권을 보장하고 금감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를 지체할 경우 한은이 단독으로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또 한은이 사실상 구제금융의 성격으로 금융기관에 여신을 지원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조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은의 자료 제출 요구대상도 제2금융권으로 확대했다.

한은 설립목적에는 물가안정 외에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한다'라는 문구를 넣어 금융위기시 한은도 별도의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앞서 국회 재정위와 정무위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기싸움을 계속했다. 재정위는 기획재정부와 한은을,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관할한다. 한은과 금융위·금감원의 대결에 이어 소관 상임위가 사실상 '대리전'을 벌여온 셈이다.

지난 4일 재정위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이 통과했을 때도 정무위는 "금융감독체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국회 입법절차상의 문제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한은법 개정 관련 입법절차 시정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재정위가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하기에 전에 정무위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재정위와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같은 날 당 주재로 간담회를 열었으나 의견차만 확인한 채 중재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재정위는 중앙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금융위기를 예방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무위는 한국은행에 금융조사권을 주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무위는 지난 9월 재정위의 한은법 개정안에 맞서 지급결제제도 감독권을 금융위에 부여하고 한은과 협의하도록 하는 법안(지급결제제도감독법 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사위에 같은 회기 중 상충하는 법안이 함께 올라올 경우 법안 모두를 통과시키지 않는 게 통례인 만큼 한은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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