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지형도ㆍ스카이라인 바꾸다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09.12.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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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코리아, 건설이 이끈다 - 세계속의 한국건설<1>]롯데건설

↑롯데건설이 호주 사우스포트에 건설중인 은퇴자거주아파트 현장.↑롯데건설이 호주 사우스포트에 건설중인 은퇴자거주아파트 현장.


12월 초 호주 퀴즐랜드 골드코스트의 리틀비치 주택개발 사업현장. 섭씨 40도에 달하는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10만여㎡ 부지에 대형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방에선 포크레인의 우렁찬 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제법 올라선 건물 골조들이 470가구가 들어설 주택단지임을 알려준다. 6층 높이의 건물 골조에는 롯데건설이 짓고 있음을 알려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5년차에 접어드는 안태진 대리는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공사 진척률을 파악해 본사에 보고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가 7개월 전 처음 이곳 현장을 찾았을 때는 현장 관리자나 인부들은 롯데 직원이라고 말해줘도 'What is Lotte?'라고 되물으며 현장에 들여보내 주지 않아 황당했다. 그러나 이젠 이들에게 농담을 걸 정도로 친숙해졌고 업무협조도 비교적 잘되고 있다.

안 대리는 "국내 다른 대형건설사에 비해 해외경험이 많지 않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롯데가 호주 건설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해 뿌리를 내리는데 대한 자부심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그룹 글로벌 전략에 맞춰 건설되는 러시아 '뉴아르바트 복합단지'프로젝트. 사진은 지난해 완공된 러시아백화점 전경. ↑롯데건설이 그룹 글로벌 전략에 맞춰 건설되는 러시아 '뉴아르바트 복합단지'프로젝트. 사진은 지난해 완공된 러시아백화점 전경.
◇선진국 건설시장 진출로 '차별화'=롯데건설은 중동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국내 다른 건설사들과는 달리 호주와 일본 등 선진국 건설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선진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 해외건설사업에 대한 위험요소가 적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적은데다, 진입장벽이 높아 진출도 쉽지는 않다.


롯데건설은 해외건설 후발주자로서 이같은 차별화 전략을 짰다. 호주에서는 2600억원 규모의 리틀비치주택 개발 사업을 수주한 것 외에도 지난해 같은 지역의 중심부인 사우스포트에서 1억4000만 달러 규모의 아파트 개발사업권을 확보,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시장에선 국내 건설사 가운데 롯데건설이 독보적이다. 일본은 공공발주 물량이 꾸준하지만 국내건설사들이 진출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매년 꾸준한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일본 건설시장에서 380억원 실적을 기록했던 롯데건설은 올해 1300억원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정권교체로 새로 들어선 하토야마 내각이 공공발주물량을 줄이고 있어 일본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양성석 해외영업본부장(이사)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일본 롯데와 공동으로 민간 부동산개발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롯본기힐스와 같은 도심재생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65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으로 지어지는 베트남 하노이시티 콤플렉스↑ 65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으로 지어지는 베트남 하노이시티 콤플렉스
◇그룹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맞춰 '안정성' 높여=롯데건설은 초기 해외 시장 진출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투자형 개발사업보다는 단순 도급형 사업을 추진해 왔다.



롯데백화점, 호텔, 제과, 마트, 호남석유 등 그룹사와 동반 진출해 안정적인 공사를 수주해 왔다. 그룹 사업은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소위 '브릭스'(VRICS)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인구가 많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에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재 중심의 투자는 망하지 않는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만큼 롯데건설로선 안정된 공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이같은 해외건설 진출 노하우를 토대로 네트워크를 축적, 대형 인프라 공사와 투자형 개발사업에 적극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0월 착공한 65층 규모의 베트남 하노이시티 콤플렉스는 여러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롯데건설의 해외 첫 진출한 초고층빌딩이란 점이다. 비록 그룹의 지원아래 수주된 공사지만,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게 큰 수확이다.

실제 최근들어 롯데건설은 동남아와 중동 국가들로부터 초고층빌딩 건설 제안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초고층빌딩 분야에선 분명 후발주자이지만 국내에서 123층짜리 제2 롯데월드와 107층 부산 롯데월드 등 초고층빌딩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점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또 중국 요녕성 심양시에서도 15억 달러 규모의 백화점, 호텔, 테마파크, 오피스 및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부문 다각화 등 자체 해외사업 강화=롯데건설은 안정적인 그룹 공사의 성공을 발판으로 자체 해외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3월 처음으로 리비아 주택기반 시설청이 발주한 1120억원 규모의 알아잘랏 지역의 인프라 턴키 공사를 수주했다. 해외에서 첫 인프라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롯데건설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서쪽 100km 지점에 위치한 총 415헥타르(ha) 규모의 부지에 도로, 상하수도, 전기, 통신 시설 등을 건설하게 된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7년 리비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예술학교 공사를 수준한데 이어 이번에 인프라 공사까지 수주함으로써 리비아 건설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사례가 됐다.



롯데건설은 중국, 우즈베키스탄, 알제리, 카타르 및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대규모 복합 부동산 개발사업과 도급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 등 전통적인 석유, 가스 보유 자원국인 중동의 신규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면서 롯데건설만의 특화된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수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수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


◇중동·아프리카 진출이 '해외 승부처'=롯데건설은 자원개발 및 인프라 개발이 활발한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중장기적인 해외건설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UAE 아부다비 현지에 해외 지사를, 리비아 트리폴리에 현지 합작법인을 각각 설립했다. 롯데건설은 아부다비를 중동 진출의 전략거점으로 삼아 카타르, 두바이, 요르단 등에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도 그룹사인 KP케미칼, 호남석유, 롯데대산유화 등과 동반 진출을 추진해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의 발전, 환경 및 화공 플랜트 수주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중동에서의 수주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2007년까지 별다른 실적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난해 4419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 5120억원의 수주가 예상된다. 이같은 호조에 힘입어 롯데건설은 플랜트를 포함한 올해 전체 해외수주 목표를 지난해(1조1335억원)보다 25.4% 늘어난 1조4220억원으로 책정했다.

양 본부장은 "중동·아프리카 진출이 앞으로 롯데건설의 해외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국내 공기업과 연계한 패키지 사업 발굴 및 공동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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