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수능 후유증 어떻게 극복할까?

이서경 푸른소아정신과 원장 2009.1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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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모든 국민이 수험생을 배려해주고, 듣기평가에 영향을 미칠까봐 항공기 이착륙도 통제할 만큼 수험생 개인이나 가족 단위를 넘어서 국가적 관심이 되는 수능이라는 큰 시험이 끝나고 나서 수험생들은 여러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수능만 끝나면 해방감을 느끼며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자칫 '수능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명 '수능 후유증'은 자신의 모든 가치와 관심을 전적으로 수능이라는 목표에 두고 매진했던 수험생들이 시험이 끝난 후 일시적으로 허탈감과 공허감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목표를 잘 달성했느냐 아니냐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내적인 에너지를 엄청나게 투입했던 목표 자체가 없어진다는 갑작스러운 상실감이 허탈감이나 우울감 또는 방향을 잃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증상을 야기한다.



평소에 규칙적으로 해 왔던 식사나 수면 등의 기본적인 생활 리듬이 깨짐으로 인해서 다양한 신체증상 및 면역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일탈이나 방종 등의 행동문제, 그리고 성적이 안 나왔을 때의 좌절감 등으로 인한 우울감과 짜증, 신경질이 느는 등 감정상의 불안정감이 있을 수 있다.

평상시에 기대했던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더욱 커서 우울증이 발생하기가 쉽다. 의욕이 상실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만사가 귀찮고 대인관계를 하기 싫어 집에만 있으려고 하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일종의 '성공 후유증'과 같이 수능을 잘 본 경우에도 목표의 갑작스런 상실로 인해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갑자기 일탈이나 방종에 빠지거나 일상 생활의 규칙성과 리듬이 깨짐으로써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생활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능 후유증을 심하게 겪지 않으려면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능이 끝나고 난 이 시점에서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인생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볼 수 있다. 수능이라고 하는 협소하고 경쟁지향적인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다양한 방면에서의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미래의 인생 목표를 재설계하고 열심히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멘토가 될 만한 선배나 선생님의 이야기나 강의를 자주 듣거나 혹은 책을 많이 읽고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허투로 보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또 수능 이후에도 논술이나 면접, 실기 등을 준비해야 하거나 내년에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능 이후에 어떤 삶을 살든간에 차분하게 매일매일을 잘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긴 마라톤이다. 한 경기에서 이겼거나 실패했다고 끝이 아니다. 또 한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그 다음 훈련기간을 소홀히 하면 이후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그 대가가 오기 마련이다. 그동안 고생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조금씩 여유를 갖는 것은 좋지만, 멀리 바라보고 오랜기간 동안 준비해야 하는 인생 길에서 고삐를 너무 빨리 놓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도 역시 수능이 인생의 한 사건일 뿐이지 아이의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일은 아님을 아이에게 일깨워 주어 멀리 바라보고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소설가 황석영은 자신의 소설에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은 산다."고 하였다. 어제의 영광이나 실패는 묻어두고 오늘을 성실하게 살면서 미래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남들이 모두 수능이 끝난 해방감에 젖어서 또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자신만의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차분하게 오늘을 성실하게 살 때 미래의 성공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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