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하이닉스 매각' 엇갈린 시각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정진우 기자 2009.11.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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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조기 재매각 추진, 다른 은행은 "내년 하반기 돼야"

효성 (52,200원 ▲1,200 +2.35%)이 12일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 인수 의향을 철회한 후 채권단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며 조기 매각 의사를 보인 반면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할 것"이라며 다소 시큰둥해 했다. 이런 차이는 인수·합병(M&A) 등 각 은행이 처한 여건과 전략이 각각 다른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효성 결단 수용"=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이날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효성이 특혜 시비 등의 사유로 인수 의향을 철회해 효성과 더 이상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

효성은 이날 특혜시비, 시장의 억측, 루머 등으로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 철회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을 적극 추진했던 외환은행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외환은행은 오는 16일 주주협의회를 연어 공개경쟁입찰 방식의 M&A 재추진 등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효성이 올바른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대체로 효성의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재매각 추진일정에 대해선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이날 산업은행 등 다른 채권기관들은 대우건설 (3,960원 ▼55 -1.37%), 대우인터내셔널 (56,100원 ▲1,200 +2.19%) 등 굵직굵직한 매물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매각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는 돼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외환은행 (0원 %) 관계자는 "M&A 자문사단과 주주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재무와 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 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급해진 외환은행 왜=외환은행이 하이닉스 매각에서 유독 다급한 태도를 보이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우선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얼마 전 "1년 안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M&A가 빨라지려면 자산을 매각해 덩치를 줄이는 게 유리하다. 하이닉스를 포함해 경영권이 없는 출자전환 주식을 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이 내년 초 수천억 원의 배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배당은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론스타의 지분매각이 용이해진다. 외환은행이 보유한 하이닉스 주식은 총 3774만2000주로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7473억 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배당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면서도 "외환은행이 들고 있는 하이닉스 주식이 매각, 현금으로 들어온다면 배당이 무척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태도 달라졌나=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해 산은의 태도가 변했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수개월 전까지 산은은 하이닉스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역시 하이닉스 원매자를 알아보는 등 매각에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산은금융지주가 출범하고, 산은이 하이닉스 지분을 모두 정책금융공사로 넘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각을 서두르겠다고는 했으나, 예전처럼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산은을 든든한 후원군으로 생각했던 외환은행으로선 당혹스런 일이었다.

외환은행은 최근 민 회장이 "외환은행보다 해외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한 발언도 외환은행에 악재로 해석했다. 이는 하이닉스 매각을 서두르려는 외환은행과 궤를 같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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