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했던 채권시장은 금통위 후 불안감을 덜며 채권매수에 적극 나서 금리를 끌어내렸다. 반면 주식시장은 금통위 이후 경기회복 둔화에 초점을 맞춰 약세 마감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정책 판단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확실한 것이 있을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지난 9월 금리 인상 입장에서 10월에 이어 한 발 더 뒤로 물러섰다.
지난 2~3분기 빠른 경제 회복에 대해서도 "재정과 통화정책에서 강력한 촉진책을 쓴 결과로 내년 이후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정책 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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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종인플루엔자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하는 등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한층 강조했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가 4분기 경제성장률을 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4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내년 1월25일에 발표되므로 금리 인상시점은 빨라야 내년 2월"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해석이 잇따르자 관망세를 보이던 채권금리는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투자자도 국채선물에서 장 초반 순매도를 보이다 매수를 급격히 확대, 6888계약 순매수로 마감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부동산가격 상승이 커지지 않는다면 연말로 갈수록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었다는 논의와 맞물려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해야 할 필요성을 약화시켜 채권금리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낮춰 채권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하겠지만 연말을 맞아 기관투자자의 보수적인 운용으로 하락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은 한은 총재의 발언에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식시장은 당장의 금리 동결보다 향후 경기 둔화에 관심을 둔 탓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수급이 안 좋은데다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어서 금통위 호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엔 미래의 경기 예측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내년 경기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점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