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시정·구정의 간극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11.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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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정·시정·구정의 간극


"법대로 해야죠. 그 사업 허용하면 특혜논란 불 보듯 뻔합니다. 선거 앞두고 하는 선심성 발언 아닌가요?"

취재 과정에서 최근에 자주 접한 서울시 공무원들한테서 이 같은 답변을 많이 들었다. 일선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질문하면 나오는 반응이다. 재건축이나 도심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대답을 한다.

서울 서초구 덮개공원사업, 강남구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시의 한 공무원은 경부구속도로 일부 구간에 덮개를 씌워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덮개공원 사업에 대해 교통문제 등 여러 난제를 들어 불가방침을 밝혔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 허용 시 제기될 특혜논란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계획은 민자를 끌어들여 인근 공원부지를 개발, 이 수익으로 덮개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타 지역과 형평성이 문제되고 개발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주어진다고 설명한다.



강남지역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 역시 '형평성'과 '특혜논란'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시 공무원은 "녹지훼손 등 개발업무 지침에도 어긋나 허용할 수 없으며 유사 선례 또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자치구의 반응은 대체로 '구민이 절실히 원하는 사업이다. 법 적용을 보다 유연하게 하자"는 논리로 맞선다. 공원용지 개발 등 공공사업이 반드시 관 주도로 추진돼야한다는 생각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정부 정책과 광역자치단체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것을 흔히 본다. 뉴타운사업이나 그린벨트 조정, 용적률 규제완화 등 국가정책들이 엇박자를 내며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경우 광역 자치단체들은 정책의 수립과 형성이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사전협의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될 경우 내부반발로 이어진다. 주민반대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정책에 동조 못하는 주된 사유다.

정부와 광역단체 간의 문제가 자치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시의 '원칙론'과 구의 '실용론'이 맞서면 해당 사업은 지연되거나 좌초되기 쉽다. 2007년부터 계획됐던 덮개공원사업이 그렇고 십수년 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구룡마을 사례가 그렇다.

개발사업이 국가나 광역자치단체의 일방통행으로 흐르면 위험하다. 주민들이 배제된 상태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기관 간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며 해당주민들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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