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계의 부담 떠넘기기?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11.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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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계의 부담 떠넘기기?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철강업체 대표들이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는 최근 몇해 동안 한국전력이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원가 부담이 심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 자제 요청은 한전의 최근 실적을 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전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05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에 따라 내년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한전의 계획은 상당한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



그러나 전기요금 적정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전 측은 지난 3분기 흑자는 여름철 전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 단가가 상승해 생겨난 계절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해마다 3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다른 분기에 비해 5배 정도 많다. 따라서 올해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불투명한 상황이며 적자는 요금인상 등으로 메워야 한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캐나다에 이어 2번째로 낮다. 정부가 수십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결과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게 유지되면 산업체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부담은 커진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97%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족한 전기요금은 주택용 등에서 원가 이상을 받아 메우거나 작년의 경우처럼 혈세를 투입해 상쇄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용 요금 인상 자제 요청은 부담 전가나 다름없다.

한전의 자구노력으로 인한 요금 인상 억제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전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처 연 1조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전기요금을 1% 인상할 때 한전의 매출이 연 3000억여원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4%의 요금인상을 자구노력으로 억제한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누구도 반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간 낮은 요금으로 혜택을 받아 온 쪽이 조금 더 부담하는 것이 도리다.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요금이 낮게 유지되는 것은 '가격과 이윤 동기를 활용한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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