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널리스트의 두려움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9.11.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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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한가요? 좀 과도한 측면이 있죠.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회사가 상황 설명과 주가방어를 위한 행동을 하기 전에 제가 의견을 냈다가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제가 곤란해질걸요"

지난 3일 위폐감별기 에스비엠이 미국의 한 업체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고 현지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50억원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한 애널리스트의 반응이었다.



이날 에스비엠 주가는 장 개시와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다. 기자는 회사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최종관 대표와 IR 담당자와 잇달아 통화를 했다.

회사측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최대 3심까지 소송이 진행될 수 있고 한국 법원에서 배상액이 크게 감액될 수 있으며 미국 현지 판매대행사와 공동 책임이기 때문에 규모는 더 낮아질 거라고 설명했다.



3분기까지 에스비엠의 매출이 220억원을 넘어서고 순이익이 80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세가 30%를 상회하는 고성장세에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에스비엠은 밝혔다.

특히 상반기 현재 100억원 이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최종 법원 판단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동안 영업에 의한 대손충당금 확보 능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주식시장은 심리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날 하한가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상반기 현재 전체 자산이 200억원인 회사가 150억원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니 투자자들이 받은 쇼크는 상당했을 것이다.


기자는 회사의 반응과 함께 애널리스트 의견을 함께 모으려했다.

에스비엠을 잘 아는 애널리스트에게 전화를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흥분한 시장이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매도행진을 계속할 것을 우려했다. 에스비엠이 공시 또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한가를 뒤집을만한 시도를 한다면 자신이 의견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애널리스트가 정말 두려워한 것은 시장의 격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오는 씁쓸함, 시장을 상대로 한 모험에서 패배했을 때 상처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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