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많아도…" 외환보유액 딜레마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11.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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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달러 국채 투자 1% 이상 역마진"…운용고민 늘 듯

적어도 문제 많아도 문제.

외환보유액 적정선을 놓고 또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사상최대치 경신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 중 한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올들어 한국 외환보유액 규모는 600억달러 넘게 증가했다. 10월말 현재 2642억달러로 세계에선 6위다. 한국은행은 이런 흐름이라면 이달엔 사상최대 규모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올해 안엔 2700억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너무 많은 달러를 쥐고 있어도 문제다. 유지비가 커져서다. 외환보유액이 늘면 환차손은 물론 이자비용도 늘어난다. 통안채를 발행해 조달한 달러는 주로 미국국채 매입에 쓰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역마진이 1%가 넘는다. 갖고 있는 달러가 많을수록 이자부담은 더 커지는 셈이다.

안에선 유동성이 많아지는 만큼 통화정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밖에선 외환시장에서 개입을 통해 달러를 끌어왔다는 '환율조작국'으로 몰릴 수도 있다.



◇핵심은 '운용'= 적으면 불안하고 많아도 문제인 딜레마의 역사는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말 200억달러까지 추락했던 외환보유액은 창고를 채워야 한다는 필사적인 노력에 2001년 1000억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1000억달러(2001년9월) 1500억달러(2003년11월)선을 돌파했을 땐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000억달러를 재경신했을 땐 오히려 아직도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위기상황이 반영돼서다.

이처럼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보다 갖고 있는 외화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골자다. 운용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체 외화자산 65~70%가 달러이고 이중 80% 가량이 미국채 투자에 맞춰지고 있는데 유럽 등 타국채 운용도 늘려야 한다"며 "한국투자공사(KIC)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안도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金보유 설왕설래= 최근 금보유 논란도 운용수익에 적을 두고 있다. 전날 인도가 IMF에서 금 200톤을 사들이면서 금값은 온스당 1085달러까지 치솟았다. 인도는 추가 매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은이 보유한 금 규모는 2008년말 기준 7600만달러로 전체 0.2% 수준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정감사 때 "금을 많이 보유한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은 금본위제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전혀 사지 않는 나라도 많고 파는 나라도 많다"고 금 추가매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1990년대 금값이 온스당 25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1000달러까지 오른 것처럼 가격변동이 크고 (운용 면에서) 금융자산 수익률보다 못하다"며 "지금 투자하는 게 어떤지 전략적으로 연구해보겠다"고 했다.

금을 추가 매입하는 게 적정한지는 달러가치 추이에 달린 걸로 보인다. 정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달러 위상을 어떻게 보는지와 맞물려 있다"며 "달러가 약세를 띨 거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결제통화 다변화 측면에서 금을 보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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