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SKT, 갈길 먼 '하나카드 협상'

더벨 박창현 기자 2009.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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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고객층 달라 시너지 의문..결합 상품 개발도 한계

더벨|이 기사는 11월02일(17:1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카드가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분사해 독립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2014년까지 회원 수 1000만 명, 시장점유율 12%를 확보해 카드업계 3위권에 진입한다는 비전도 내놓았다.

당초 하나카드는 SK텔레콤 (57,500원 ▼900 -1.54%)과 합작 투자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분규모와 가격 등에서 양사의 이견이 워낙 커 하나카드는 끝내 단독 출범에 나섰다. 하나금융측은 단독 출범 이후에도 SK와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카드가 내세운 5년 내 '연매출 100조원', '그룹 순이익의 30% 기여' 등의 경영 목표는 SKT와의 합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타업종과의 컨버전스(융합)를 이뤄낼 경우 후발주자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분히 반영된 것.

금융권 안팎에서는 수개월동안 벌어진 양사의 협상을 놓고 실현 가능성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드사와 통신사의 물리적 결합이 기대 만큼의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겠느냐는 것.

하나금융지주와 SKT는 상호 고객 데이타 베이스(DB)를활용해 각각 하나카드 신규 고객 확보와 기존 통신 고객 유지(Retention)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양 사의 마케팅 대상 연령층이 다르기 때문에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통신사의 경우 10~20대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통신관련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반면 카드사는 30대 이상이 주요 고객이다.


필요로 하는 고객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상호 고객 정보에 대한 활용도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설사 활용가능한 고객 정보를 얻더라도 하나카드가 신규 회원 확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T의 이용고객수가 2350만 명에 육박하지만 이 중 타사 카드를 쓰고 있는 대다수의 고객을 끌어오려면 파격적인 상품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존 카드 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포인트 연계 서비스 정도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달 경쟁사인 신한카드와 우리은행이 SK그룹과 손잡고 각각 '신한SK행복카드'와 '우리SK행복카드'를 출시하면서 하나금융지주는 힘이 빠지고 말았다.

흥행 상품이 나올 경우 곧바로 유사 상품이 쏟아지는 카드사업 특성과 결합 상품 개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업은 어떤 업계보다 히트 상품에 대한 복제 속도가 빠르다"며 "하나카드와 SKT의 결합상품이 기존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기존 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는 달리 SKT 등 통신사들이 연체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도 양사의 시너지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SKT가 카드사업 진출로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SKT는 1999년 중반 TTL브랜드를 통해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동통신사로 거듭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생각대로 T' 등 젊고 활기찬 이미지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카드사업의 경우 기업 성과가 좋을수록 시장과 여론의 질타를 받는 대표적인 사업군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생명인 이동통신사에게 큰 모험인 셈이다. 이에 SKT 내부에서도 굳이 기업 이미지에 흠집이 될 수 있는 카드 사업에 진출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견제도 변수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서비스 혜택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였던 주유 관련 서비스 혜택의 경우 '80원 적립 · 60원 할인' 을 최대 허용 범위로 정해두고 있다. 이에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SKT의 금융-통신 결합 서비스에 어떤 시각을 견지하는 지도 사업구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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