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17일 오전7시30분. 업무 차 한국으로 출장 온 미국인 사업가 앤드류 로퍼씨. 인천국제공항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고속철도 KTX를 타고 20여 분 만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 오전9시부터 서울역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오후 동안 KTX를 이용해 부산의 거래처에 다녀온 뒤, 같은 날 저녁 서울역에 돌아와 역내에 예약한 호텔에서 피로를 풀었다. 잠시 짬을 내 지하 명품쇼핑몰에서 딸을 위한 기념품도 샀다. 사실상 서울역에서 '원스톱'으로 거의 모든 업무가 이뤄진 셈이다. |
오는 2015년 12월 이후 이런 가상의 상황이 현실화 된다. 1925년 준공된 서울역이 90년 만에 '서울역 국제컨벤션센터(가칭)'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레일이 직접 운영하게 되는 호텔도 주목된다. 현재 '특2급' 규모에 360실이 예정돼 있지만, 향후 사업 과정에서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울 백화점 등 판매시설과 각종 문화행사가 가능한 아트플라자와 야외공연장 등도 갖춰진다.
이밖에 사업지에는 문화광장·역사광장 등 근대건축 문화유산(국가사적 제284호)인 옛 서울역사와 어우러지는 8개 광장이 조성된다. 특히 기존 철도선로에 덮개를 씌운 뒤 공원으로 조성하고, 시민 활용도가 낮았던 서소문공원과 연계해 서울역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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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서울시는 경관을 해치고 있는 서울역 노후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대신 동서관통도로의 기능을 유지토록 평면교차로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북부 역세권 인근의 동자동 도시환경 정비구역, 서계·청파동 재정비촉진지구, 원효로3·4가 재정비촉진지구 등의 개발도 함께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KTX의 도입 및 인천공항철도의 개통(예정)으로 국제도시의 관문으로서 역할에 걸맞은 서울역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역 주변으로 대형 오피스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편익시설들이 부족해 서울역의 위상 정립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역이 한국의 MICE산업을 육성할 최적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 코엑스(COEX),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등 강남권에 컨벤션시설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강북권에서 MICE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코엑스 컨벤션(4만6400㎡)보다 크게 건설된다.
또 철도를 통한 교통 연계성 강화와 지속성장 가능한 장기 수익형 역세권 개발로 최대 수익창출을 통한 경영 개선에 기여할 있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광화문~덕수궁~숭례문~서울역을 잇는 역사·문화축의 종착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 조건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서울역은 이번 사업으로 인해 낙후됐던 주변 지역과 비체계적이던 인근 교통 환경의 정비도 가속화된다. 이번 사업의 추진 과정은 앞으로 연이어 추진될 수색역·성북역 역세권 개발 사업의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역 주변 문화경관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린데 이어 도시계획위원회 및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같은 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와 함께 '서울역 북부역세권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써 개발 가이드라인도 설정됐다.
이어 지난 4월 개발기본계획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고, 지난달 현상설계 공모작(삼우컨소시엄 '어반트라키아')을 선정했다.
앞으로 올 연말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며 내년 6월 건축허가를 마친 뒤 같은 해 9월 시공사 공모·선정을 해 본격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015년 12월이면 완공과 함께 일반에 본격 개방된다.
특히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키로 하면서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KTX를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이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미 기존 경부·호남선 KTX를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는 방안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획재정부에 의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