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웅'에서 1심재판까지...황우석 영욕의 5년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09.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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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는 2005년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일약 '국보급 과학자'로 떠올랐다.

당시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은 황 박사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국민적 추앙을 받았다. 그랬던 황 박사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6월. MBC PD수첩 제작진이 논문이 조작됐고 난자가 매매됐다는 제보를 입수하면서 부터였다.



PD수첩 제작진은 같은 해 10월 미국 피츠버그대에 있는 황 박사 연구팀 소속 김선종 연구원으로터 논문 조작에 대한 증언을 확보했고, 논문을 공동 저술했던 제럴드 섀튼 교수가 그해 11월 돌연 황 박사와 결별선언을 하면서 의혹은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같은 달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와 난자 매매 의혹'편을 방영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고 황 박사는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여론은 이때까지만 해도 황 박사 편이었다. 제작진은 황 박사 지지자들과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거세 비난에 직면했고 급기야 광고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자 MBC는 그해 12월 뉴스테스크를 통해 5개 줄기세포 중 2개가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줄기세포 재검증을 공식 요구했다.

YTN이 같은 달 안규리 교수와 동행취재해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과 박종혁 연구원을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진실게임은 또 한번 반전됐다.

방송을 통해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집중 부각되자 이번에는 MBC가 대국민사과를 했고 분위기는 황 전 교수 쪽으로 다시 기우는 듯 했다.


그 사이 소장 연구자들의 정보교류 창구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사이트에 '2005년 논문에 수록된 44장의 줄기세포 사진 중 5쌍이 동일한 사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혹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같은 달 15일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는 없다"며 폭탄선언을 한 직후 그날 밤 PD수첩 '황우석 신화' 2편이 전격 방송되자 분위기는 또 다시 급반전됐다.



서울대는 18일 진상조사에 착수한 뒤 강도 높은 조사 끝에 23일 논문의 고의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황 박사는 급거 교수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검찰은 같은 달 줄기세포 파문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해 황 박사의 자택을 비롯한 26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그해 5월 검찰은 '줄기세포 섞어심기'는 김선종 연구원의 단독 범행이며, 황 박사가 논문조작을 총체적으로 지시하고 관여했다고 결론내리면서 지루한 진실공방이 일단락됐다.

황 전 박사에 대한 공판은 그해 6월 첫 기일 이후 무려 3년4개월간 43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 기간 동안 재판부는 2차례나 교체됐다.



공판 과정에 제출된 수사 기록만 2만여 쪽에 이르며 법정에 출석한 증인도 60여명에 달했다. 채택된 증거도 '사이언스'지로부터 건네받은 사실조회서와 금융거래 기록 등 78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황 전 교수는 그동안 20여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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