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분사, 다음 차례는 어디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0.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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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농협 등 가능성

하나카드가 다음달 2일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다른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에선 카드사업부문의 수익성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추가 분사를 예상하면서도 회사별로 시기와 가능성은 차이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차례는 누구=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은행계 카드사는 모두 15곳으로, 이중 국민은행과 농협이 카드사업을 분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KB카드는 신용카드시장 점유율이 웬만한 전업카드사를 압도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카드의 신용카드 취급액(신용구매와 현금서비스, 카드론 포함)은 35조6737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15.6%에 달한다. 이는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20.3%) 다음이고 3위인 삼성카드 (43,200원 ▼400 -0.92%)(10.6%)를 5%포인트 웃돈다. 2003년 카드사태로 국민은행에 흡수되기 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결제망과 가맹점망도 전업사 못지않다.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도 KB카드를 다시 분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1년 내 신용카드 사업부분을 분사하겠다고 밝힌 후 금융위기 등으로 구체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사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카드부분을 분사한다는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분사 여부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맡겨놓은 상태로 시장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카드사업 분사 여부도 관심사다.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NH채움카드'(가칭)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비씨카드의 결제 및 관리시스템에 의존했지만 앞으론 독자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여 카드사업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협의 연간 카드취급액은 30조원, 가입고객은 450만명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농협의 비씨카드와 거리두기는 카드사업부문을 분사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추진중인 사업구조 개편(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이 완료되면 시장상황에 따라 분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분사, 부작용 우려도=은행의 카드사업 분사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업부문이 은행 이익에 미치는 기여도가 상당해 분사가 되레 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올 상반기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83%지만 이는 계열사인 신한카드를 포함한 수치다. 신한카드를 제외하면 신한은행의 NIM은 1.56%로 낮아진다. 또한 신한카드는 같은 기간 3671억원의 순익을 내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내 기여도 측면에서 2757억원의 순익을 낸 신한은행을 압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보면 카드사업을 분사하는 게 사업 포트폴리오나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서 "그러나 은행의 경우 상당 규모의 이익 감소를 감수해야 돼 분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 고위임원은 "카드 분사를 놓고 지주와 은행간 견해차가 클 수 있다"며 "이런 이해충돌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하면 분사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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