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거래가 유가 상승 이끌었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09.10.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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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며 유가 상승을 이끄는 '진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유가 랠리의 원인으로 급격히 증가한 콜옵션거래 물량을 지목했다.

약달러, 경기회복 등이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산업 연료로 쓰여 경기 회복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디젤 재고량도 충분히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상승을 수급상황만으로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이란 특정 상품을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원유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 예상하는 투자자는 콜옵션을 매수하게 된다.
콜옵션을 매입하면 유가가 더 오르더라도 옵션 체결 시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원유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될 경우 이미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매도로 인한 손실을 커버하기 위해 원유 선물을 추가로 매입하게 된다. 선물시장에서의 이러한 매수세 확대가 선물시장의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유 컨설턴트사 페트로매트릭스의 대표 올리버 제이콥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75~80달러 선에 있을 경우 옵션 거래 중 콜옵션 거래가 우세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체결된 12월만기 옵션 거래의 경우, 약정가격이 배럴당 80달러인 콜옵션이 14만건 체결됐다. 배럴당 75달러 약정가격으로는 3만2000건의 콜옵션이 체결됐다. 12월 만기, 배럴당 70달러 행사가의 풋옵션은 15만7000건 누적된 상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옵션 거래는 원유가격 상승을 막는 역할을 했다. 주로 매도 권리를 부여하는 풋옵션 거래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콜옵션 거래가 우세해졌던 것은 지난해 7월로, 20만 건의 콜옵션이 체결됐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갔었다.

트레이더들은 옵션거래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올리버 제아콥은 "옵션 거래의 급증은 실제 원유 공급, 수요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원유가격이 75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풋옵션이 다시 우세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실제 수급상황보다 급격한 유가 하락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08달러(1.4%) 오른 배럴당 79.61달러에 마감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12월물은 1.2% 상승한 배럴당 79.96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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