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 성장' 이머징의 미래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10.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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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에서 'G20'은 힘의 이동… "1/3 이머징에 투자해야"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세는 이번 글로벌 위기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술 더 떠 성장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투자자들이 이번 글로벌 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다고 결론지은 것은 너무 섣부른 것이기도 했다.

앙트완 반 아그트마엘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15일 "이번 위기는 절반의 글로벌 위기(half-global crisis) 였다"면서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들은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된 금융시스템과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그트마엘은 이머징국가 전문가로 이머징마켓매니지먼트의 회장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과거 1990년대 발생했던 멕시코와 아시아 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이머징 국가들이 아닌 선진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머징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를 과거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가장 큰 피해자도 중국생명, 이타우유니방코, 현대차 등이 아니라 AIG, 씨티그룹, 제너럴모터스(GM) 등 최고 선진국인 미국의 기업들이다.



이머징 국가의 다국적 기업들은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판매와 순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곧바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들 기업들은 이미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과거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간파하고 판매선을 다변화시키는 등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아그트마엘은 "금융위기가 대혼란을 가져왔고 주요 이머징 국가들도 맨먼저 위기에 돌입했지만, 놀라운 능력으로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정부의 기민한 대처가 한몫했다. 중국은 선제적으로 4조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펼쳤고, 은행들의 대출을 독려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은 전세계 국가들의 신뢰는 물론 투자자 심리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이머징 국가들 역시 민첩한 개입을 통해 경제 회복을 독려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세계 경제 흐름을 결정하던 선진7개국(G7) 회의는 이머징 국가들을 포함하는 주요 20개국(G20)에 주도권을 내줬다. 이머징 국가들은 이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아그트마엘은 "선진국이 이제 간신히 'U'자 회복을 시작했다면 이머징 국가들은 이미 'V'자 회복에 돌입한지 오래"라면서 "이머징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6개월이나 먼저 회복을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이머징 국가의 증시는 지난해 10월 저점에서 100% 이상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 증시 반등은 이머징 증시의 절반인 50%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현재 투자자들의 이머징 증시에 대한 호황이 정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 장기 성장 둔화 위험 △ 경기부양책 등 정부 개입 중단 △ 경기상승 둔화 국면 진입 등의 요인이 작용할 경우다.



아그트마엘은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브릭스(BRICs)를 필두로 하고 있는 이머징 증시를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 성장 동력은 이머징에서 나오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내수 진작으로 인한 새로운 시장 형성도 중요하다.

이머징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75개 기업이 포천500대 기업에 포함됐으며, 앞으로 이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머징 국가들은 현재 5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어 과거보다 해외 대출 의존도가 낮아졌다. 이머징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예산 및 경상수지 적자도 적으며, 기업이나 가계 역시 선진국에 비해 부채 부담이 낮다.



아그트마엘은 "향후 3, 5, 10, 25년 이라는 장기간 동안 이머징 국가 전망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그트마엘은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3분의 1 비중만큼 자산 비중을 끌어올릴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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