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공법' 선회… 이유와 전망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심재현 기자 2009.10.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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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더 늦추면 공염불"… 여권내 이견, 야당 총력 반대

정부와 여당이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와 관련해 수세 입장에서 정공법을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단순히 장관 고시 변경이 아닌 법 개정을 거쳐 '미래 종합플랜'을 새롭게 마련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기 시작했다.

세종시 문제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고 세종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에 따라 추진되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10·28 재보선 이후 세종시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시기상조론'이 힘을 얻어왔다. 하지만 정부 측은 빡빡한 정기국회 일정, 여야 정쟁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재보선 이후 개정에 착수할 경우 올해를 넘겨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왔고, 정공법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밀마루 전망대서 바라본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장 전경↑밀마루 전망대서 바라본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장 전경


◇"더이상 미룰 수 없다"=여당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충청권 민심 등을 의식해 '공론화 금기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왕 개정하려면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세종시 건설 문제는 참여정부로부터 넘어온 계속사업이다. 참여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 추진했고, 그 결정체가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 건설이다.

세종시 문제에는 그러나 국토균형발전 차원 뿐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함의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정치권과 정당이 영남과 호남으로 갈린 대립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에 대한 '러브콜'인 셈이다. 세종시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는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쟁점사안이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세종시 사업을 현 구도대로 추진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는 물밑 논의일 뿐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당초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최근 이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현 구도대로의) 세종시 건설 후 효과 △행정효율성 문제 △균형발전이란 목적의 충족 여부 등에 회의적인 반응이 만만찮다.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논리에 밀려 최악의 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한 의원은 "법의 목적이 바뀌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이석연 법제처장의 말은 상식적인 것"이라며 "정치논리로만 진행할 경우 법이 누더기로 변하고 결국 목적, 대상, 절차 등이 이상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세종시 개정 문제는 태스크포스(TF) 구성, 여론 수렴, 공청회 개최, 개정안 마련, 국회 통과 등 첩첩산중을 거쳐야 한다"며 "재보선을 의식해 차일피일 미룰 경우 결국 올해 매듭짓기 어렵다는 우려가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행정도시건설 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정부 부처 이전계획을 백지화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산업도시, 국제교육도시, 연구과학도시, 국제의료도시 등 교육·과학·의료 기능을 갖춰 자족복합능력을 키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대로 추진될까= 정공법을 선택한다해도 세종시 개정 작업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과연 누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이에 동조하느냐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만약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은 정치생명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당내 동요 분위기를 전했다.



당장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측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란 당초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이 "국민과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하고, 변경이 불가피하더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측이 개정이라는 정공법을 밀어붙일 경우 한동안 물밑으로 잠겼던 친이(친이명박), 친박 갈등이 표면화되고, 그만큼 여당내 분열양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 5당은 세종시 원안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와 관련된 특별법 자체를 바꾸려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 얕은 수로 변경고시 내용만 손질해 바꾸려고 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래 법안 내용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야당과 함께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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