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경매하듯.." 검은 헤지펀드 구두계약 횡포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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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헤지펀드](中-2) 워런트 되사려했더니 차일피일 미루며..

"구두계약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마치 경매를 하듯 5%에서 7%, 10%에서 점점 더 큰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분쟁중인 양쪽 사이를 오갑니다."

모 상장사 C씨는 피터벡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인수하려했던 과정에서 겪은 굴욕을 말하며 치를 떨었다. 그는 "판다고 했다가 미루면서 높은 값을 부르길래 평생 처음 대리인 사무실가서 무릎꿇고 빌었다"고 털어놨다.



◇"5% 더달라..7%를..10%를 더달라=그는 피터벡의 신주인수권이 꼭 필요했다. 대규모의 신주가 행사돼서 시장에 나오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중이었기 때문에 신주인수권은 더욱 절실했다. 반대세력에 신주인수권이 넘어간다면 분쟁은 반대편의 승리로 돌아갈 위기였다.

"마치 경매하듯.." 검은 헤지펀드 구두계약 횡포


그러나 대리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며, 본사직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본사직원을 찾아간 C씨는 헤지펀드 한국대표와 만나 5%프리미엄을 주고 워런트를 인수키로 '구두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오자 대리인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프리미엄은 7%로 올라갔다. C씨는 수일 후 인수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들고 찾아갔다. 그러자 이번엔 독일 본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계약을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C씨는 독일 본사와 간신히 컨퍼런스 콜을 할 수 있게 됐다. 피터벡의 경우 홍콩의 임원과 영어로 대화해야 했다. 한국말 잘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지만, 모든 대화는 영어로만 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C씨는 하는수 없이 다음날 전문 통역사를 데리고 와야 했다.

결국 프리미엄은 10%로 올라갔고, 수차례 허위 구두계약에 속은 C씨는 문서로 약속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피터벡은 '우리는 문서계약은 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후에도 몇차례 신주인수권 인수시도를 했지만 부르는 값만 계속 올라 결국 포기했다.


C씨처럼 검은 헤지펀드의 '구두계약'의 함정에 걸려 골탕을 먹은 곳이 한둘 아니다 . 검은 헤지펀드가 구두로 약속했다가 차일피일 미루며 지키지 않은 탓이다. 구두계약은 검은 헤지펀드가 특약이라는 서면계약 외에 단골로 쓰는 수법이다. 기본적인 계약사항은 특약으로 해도 매매약속, 대금 및 현물 인수도 시기 등 사전에 확정할 수 없는 사안은 구두계약을 활용한다. 서면계약이 아닌 구두계약은 법의 보호가 취약함을 이용한 것이다.

상장사 B회사도 악몽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오너는 소감을 "어려운 기업과 주주 돈을 뽑아먹고 사는 '기생충'같았다" 고 표현했다.



◇빌려준 주식 반환받기도 쉽지않아=지난 2008년 3월 B사는 회사채만기일인 15일을 며칠 앞두고 이볼루션에 450만 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이볼루션은 15일이 하필 토요일이므로 17일 월요일에 해결하자고 했다가 17일이 되자 이틀간의 지연이자를 요구했다. 결국 B사는 일 3%씩 연체이자를 물어야했다.

B사는 회사채를 상환한 후 대주해준 주식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볼루션은 몇 개월간 답변이 없었다. B사는 그나마 수수료를 내고 한국 증권사를 중개기관으로 뒀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에 콜을 행사해 강제로 상환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이 중개기관 없이 헤지펀드와 직접 거래한다. 이 때문에 빌려준 주식을 반환받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B사의 경우, 일부 주주들도 헤지펀드의 '거짓 구두매매계약'에 당했다고 한다. 행사 후 매도시 주가 폭락을 우려한 B사의 일부 주주들은 이볼루션을 만나 81만2500달러에 신주인수권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팔겠다던 이볼루션은 갑자기 매매를 거부했고, 이틀 후 100만달러를 입금하면 바로 거래를 하겠다고 했다. B사 주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100만달러를 입금완료했다. 하지만 이볼루션은 또 일방적으로 거래를 거부했다.



분노한 B사 주주들은 결국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법정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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