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기업 BW로… '검은 헤지펀드'의 수법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9.10.13 09:57
글자크기

[검은 헤지펀드]<上-3>피터벡·이볼루션의 기본 수익구조

"말이 헤지펀드지 명동 사채업 뺨친다. 회사가 퇴출되거나 공중분해되지 않는 한 절대 잃을 수 없는 구조다. 사모회사채로 최소 원금과 이자를 거두고 워런트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게임에 나선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은행이나 창투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헤지펀드들은 국내증권사를 통해 이 같은 기업들을 물색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 해외 사모분리형으로 BW를 발행하며 엔화·유로·달러 등 외화로 발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 3년 내에 사채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한 뒤 장기간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보유하며 본격적인 수익을 올린다. 실무는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소속의 대리인 '에이전트'들이 맡는다.



투자계약서에는 무수히 많은 '디폴트', 즉 기한이익상실(EOD) 특약조항이 숨어 있다. 디폴트에 해당되면 기업은 채권을 즉시 110% 이상 상환해야 하는데 헤지펀드들은 이를 이용해 각종 요구사항과 페널티를 요구한다. 특히 헤지펀드의 특약조항에는 대부분 채권자의 허락 없이 경영권 매각, 증자, 대표변경 등 중요한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헤지펀드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대주주 주식 '대주'다. 이들은 주식을 빌려가면 시장에서 몽땅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전환된 가격으로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헤지펀드는 또 신주인수권을 직접 행사해 장내 매도, 수익을 올리거나 장외에서 웃돈(프리미엄)을 신주인수권을 받고 매각한다.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장외매각 대금을 확인할 수 없지만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경우 신주인수권 프리미엄은 최대 시가의 100%를 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가가 하락해도 문제없다.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이 이뤄지기 때문인데 오히려 보유주식 수가 늘어나 더 큰 덫이 된다. 현행법은 리픽싱이 주가의 70%까지만 가능하도록 해놓았지만 이들은 특약을 통해 액면가 이하로도 리픽싱이 가능하도록 해놓는다.

특히 이들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은 불특정 다수의 미래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경영진과 대주주가 수차례 바뀌어도 이들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은 수년간 계속 남아있으며 오히려 리픽싱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BW :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채권과 신주인수권(이하 워런트)으로 나뉜다. 일체형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분리형만이 통용되고 헤지펀드들은 분리형 BW에만 투자한다. 실제로 1500만달러의 분리형 BW를 발행한다는 의미는 1500만달러 규모의 채권과 1500만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동시에 발행한다는 말이다. 워런트는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발행할 때 전환가격이 정해진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전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돴 조건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픽싱이 이뤄지면 신주인수권 수는 차액만큼 많아진다.
BW는 잘 활용하면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는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주주들은 신주가 발행되면서 보유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불리함이 있다. 또 전환가액이 낮아지는 ‘리픽싱’이 이뤄질 경우 발생되는 신주의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에게는 불확실성도 크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