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경영학과 출신의 젊은 금융인 K씨. 국내증권사에 근무하던 K씨는 동경의 대상이던 외국 ‘헤지펀드’회사에 취직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3개월도 안돼 박차고 나왔다. 신라호텔 비즈니스룸에서 샌드위치와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유롭게 글로벌 시장을 누빌 줄 알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사무실도 없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어디서든 홍콩 본사 직원의 전화를 받고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했는데, 대부분의 업무가 ‘특약’을 이유로 투자한 기업들의 꼬투리를 잡거나 돈을 받아오는 일이었다. 막상 신분도 외국 헤지펀드사의 직원이 아니라 국내 법무법인 소속의 ‘컨설턴트’였다. 그는 헤지펀드의 ‘에이전트’, 즉 대리인이었다.
그의 소감은 이랬다."헤지펀드가 아니라 사채업자 같았죠. 원래 홍콩에서는 롱숏,차익거래 등 진짜 헤지펀드를 운용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식으로 영업한다고 하더군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펀드들이지만 코스닥상장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름만 꺼내도 누가 어떻게 당했다고 얘기가 어렵지 않게 나올 만큼 은밀히 퍼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펀드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시장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피터벡의 예를 들면 이 펀드는 설립자 피터 벡(Mr. Peter Beck)이 9.8%를 보유한 독일펀드다. 자본금은 854억원이고 현재 대표는 프랭크 호겔이다.
이볼루션은 단기헤지펀드로 IMF 당시 악명이 높던 타이거펀드가(Tiger Trust)가 100%를 보유한 미국펀드로 자본금은 500만달러, 자산총액은 4조5000만달러다. 대표자는 마이클 러치(Michael Lerch), 에이드리언 브린들리(Adrian Brindle)로 케이만제도에 설립돼 있다. DKR사운드쇼어오아시스홀딩스의 경우 조세피난처인 버뮤다에 설립된 펀드로 자본금은 미화 16억달러, 자본금은 미화 18억600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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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자금사정이 어렵고,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국내 법무법인, 증권사를 앞세워 활동하며, 실무는 법무법인 소속의 ‘대리인’이 맡는다.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어려운 기업에 투자해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탓에 '저승사자'라는 닉네임도 갖고 있다.
피터벡의 올해 하반기 공시만 봐도 투자한 기업 수가 18개. 어울림네트웍스, 코스프 (0원 %), 에듀언스 (0원 %), 티이씨, 디지털큐브, 스멕스, CTC, 제너비오믹스, 텍셀네트컴, 글로웍스 등 소형주들이 눈에 띈다. GK파워 (0원 %), 쏠라엔텍 (0원 %), 태창파로스 (25원 ▼3 -10.7%), 폴켐 (0원 %), 에듀언스 (0원 %),스멕스 (451원 ▼1,399 -75.6%) 등은 관리종목도 있고, 상장이 폐지된 써니트렌드 (0원 %)에도 투자했다.
이볼루션도 상장폐지된 케이디세코를 비롯해 윈드스카이 (15원 ▼4 -21.1%), 큐로홀딩스 (239원 ▲1 +0.42%), 피에스앤지, 엑사이엔씨 등에 투자해있고, DKR도 상장폐지된 모빌링크와 신지소프트 (0원 %), 유비트론, 넥서스투자, 알덱스, 디오, 엑스콘, 유진로봇 등에 투자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