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엠코 '시공권 가로채기' 잡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09.10.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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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방치된 '상도134번지'‥왜?

↑현대 엠코는 최근 기존 상도동 134번지의 <br>
시공사인 한진중공업'해모로' 간판을 철거했다.↑현대 엠코는 최근 기존 상도동 134번지의
시공사인 한진중공업'해모로' 간판을 철거했다.


#서울 숭실대 건너편의 동작구 상도동 134번지. 2001년부터 8년째 한강이남 최대 지역조합 주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대로변에 위치한 이 현장은 시공사의 간판이 떨어져 나가는 등 도심 속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었다. 현장 내부에선 검은 옷을 입은 용역 직원들이 외부인의 진입을 막았다.

이는 최근 새로 시공권을 따낸 '점령군' 현대 엠코가 기존 시공사인 한진중공업(해모로)의 '흔적 지우기' 작업을 벌이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이에 한진중공업이 강력 반발, 철거 작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가뜩이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 사업은 엠코가 끼어들면서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도134번지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토지인도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고 최근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엠코와 새로 체결한 도급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엠코는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즉시 대행사를 통해 기존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시설물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엠코 관계자는 "현재 현장 인수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법원의 결정이 난 만큼 오는 11월 초부터 1559가구(일반분양 289가구) 규모의 사업을 착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울에서 추진되는 엠코의 첫 번째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사업이라 의미가 있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존 시공사(한진 해모로) 간판이 뜯겨나간 상도동 134번지 현장 전경.↑기존 시공사(한진 해모로) 간판이 뜯겨나간 상도동 134번지 현장 전경.
그러나 2001년부터 이 사업을 맡아 오던 한진중공업은 '이중 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엠코가) 아직 계약서상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간판 등 시설물을 철거했다"며 "불법이라고 보고 현재 집행중지를 신청해 철거 작업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장은 그동안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해결하고 밀린 공사대금을 받으려는 시공사(한진)와 분양가를 유지해 추가 분담금을 낮추려는 조합 간 마찰이 빚어져 착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2120만원으로 책정,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며 미분양이 속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 현장 내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용역 직원들이 대기 중이다.↑ 현장 내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용역 직원들이 대기 중이다.
이렇게 꼬인 상황 속에서 엠코가 조합과 새로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건설사-건설사, 건설사-조합 간의 구도도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엠코가 기존 중소형 건설사들의 사업을 무리하게 가로채며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다수다. 앞서 엠코는 이미 지난 1월 신동아건설이 맡았던 인천 도화동 지역조합주택사업 시공권을 중간에 획득했다가 다시 되돌려줬다. 서울 마포 용강동에선 기존 시공사인 이수건설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틈을 타 시공권 확보를 시도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엠코가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집중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중소형 건설사들을 모기업(현대차 (250,500원 ▲4,500 +1.83%)그룹) 배경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며 사세를 넓히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수년째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도동 134번지↑수년째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도동 134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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