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 역시 기존 계획을 유지했지만 시장 안정에 따른 자신감을 반영, 증권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국채 매입은 예정대로 내달 종료하기로 했다.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양적완화 정책 강도를 늦춤으로써 부양책의 부작용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당초 올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던 1조2500억달러 규모의 국영 모기지업체(에이전시)의 모기지 증권(MBS) 매입 및 2000억달러의 에이전시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매입 총량은 그대로 두고 매입 속도를 늦춤에 따라 매입 완료 시점은 내년 1분기말까지로 연장되게 된다.
이날 FOMC 성명에서 연준은 경제가 회복세(picked up)를 보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제회복세를 이유로 증권매입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모기지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에 따라 증권매입 기조를 유지한채 완료 시점을 연장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변화(smoothe transition)'를 유도하겠다는게 연준의 의도이다.
지난달 FOMC에서 이미 매입속도 완화를 통해 완료 시점을 10월말로 한달 늦추기로 했던 3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매입은 예정대로 다음달 종료하기로 결정,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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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매입에 비해 국채 매입은 발행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반면 발행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도 조기 완료하는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증권 및 국채 매입 계획 종료계획을 명확히 한 것은 금융시장 및 경제상황 개선에 따라, 지금까지 취해온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에서 손을 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 본격 '출구전략'은 아직 가시권 밖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으로 보기는 힘들다는게 일반적 견해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매입한 채권을 재매각하고 금리를 인상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낙관적인 경기진단에도 불구 "가계소비는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축된 상태이며 기업부문도 속도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연준으로서는 조기에 긴축기조로 돌아설 경우 이제 겨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경제가 다시 주저앉는 이른바 '더블 딥'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연방 기금금리를 현행 0∼0.25%, 사실상 '제로'로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낮은 기준금리(exceptionally low levels of the federal funds rate)를 상당기간(extended period)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8월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조기에 긴축기조로 돌아설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