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조회공시를 통해 '인수 검토는 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지만 하이닉스 인수가 시장에 비춰지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재력이 받혀주는 기업이라면 하이닉스는 인수할 만한 매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지난 2~3년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생존을 놓고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됐고, 지난 2분기 성적으로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생존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3.9%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하이닉스가 영업손실률 12.5%로 선방했다.
반면 미국, 일본, 대만 업체들은 2~3년간의 생존게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대만 난야가 영업손실률이 69.8%, 이노테라가 49.8%를 기록했다. 일본 엘피다는 58.3%, 마이크론은 22.2%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해 '중상'을 입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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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에서 이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치킨게임의 승자들이 열매를 딸 시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메모리 시장은 선발 2개사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호황기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 하나 되는 노사문화=대부분 M&A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노사관계다. 인수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하이닉스는 특이하게 이천과 청주에 각각 다른 노조가 있는 구조다.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하면서 각 사업장이 각각의 노조위원장 아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1983년 창사 이래 한 번도 분규가 발생하지 않은 모범적인 노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호황기보다 회사가 어려울 때 더욱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슈가 됐던 하이닉스의 일자리 나누기의 경우도 노경상생의 대표적인 예다. 올 초에는 임금동결 및 단체협약 무교섭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다.
◇ 반도체 기술력은 톱 클래스=하이닉스의 D램 양산기술력은 삼성전자도 놀랄 정도다. D램 제품의 경우, 주력인 54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생산을 올해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50나노급에 비해 생산성이 50% 이상 향상된 44나노 생산을 개시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경쟁사들이 60나노나 70나노급을 주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54나노를 기준으로 하면 1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한 때 일부 공정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지를 정도로 양산 기술면에서는 세계 톱클래스에 올라있는 것이 하이닉스의 경쟁력이다.
◇ 현금창출능력=하이닉스는 현재 약 8조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충했고, 2분기 말 기준으로 약 1조50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하이닉스의 투자부담과 금융비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매년 1조 5000억 원 가량의 감가상각비를 쌓아가고 있고, 향후 2~3년 내 메모리 경기호황기로 접어들면서 투자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익이 많이 날 때는 1년에 2조원의 순이익이 나기도 해 리스크도 크지만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구조다.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한국 기업들이 M&A에 나서면서 리스크가 적은 내수산업 중심의 M&A 매물에만 관심을 가져 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