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하이닉스가 매력적인 4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9.09.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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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52,200원 ▲1,200 +2.35%)(회장 조석래)이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튿날인 23일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곤두박질치면서 하이닉스가 M&A 시장의 '악성매물'로 비춰지고 있다.

효성은 조회공시를 통해 '인수 검토는 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지만 하이닉스 인수가 시장에 비춰지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하이닉스의 주가도 통상 M&A 소식에 반등하는 다른 종목의 주가 패턴과 달리 이날 5.44%나 하락했다. 이날 시장의 반응은 자금여력이 없는 효성이 하이닉스와 같은 큰 덩치를 운영할 수 있느냐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재력이 받혀주는 기업이라면 하이닉스는 인수할 만한 매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 세계 메모리시장 2위 하이닉스=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D램 세계 2위, 삼성전자와 도시바에 이어 낸드플래시 세계 3위 기업이다.

지난 2~3년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생존을 놓고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됐고, 지난 2분기 성적으로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생존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3.9%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하이닉스가 영업손실률 12.5%로 선방했다.

반면 미국, 일본, 대만 업체들은 2~3년간의 생존게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대만 난야가 영업손실률이 69.8%, 이노테라가 49.8%를 기록했다. 일본 엘피다는 58.3%, 마이크론은 22.2%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해 '중상'을 입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에서 이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치킨게임의 승자들이 열매를 딸 시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메모리 시장은 선발 2개사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호황기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 하나 되는 노사문화=대부분 M&A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노사관계다. 인수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하이닉스는 특이하게 이천과 청주에 각각 다른 노조가 있는 구조다.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하면서 각 사업장이 각각의 노조위원장 아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1983년 창사 이래 한 번도 분규가 발생하지 않은 모범적인 노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호황기보다 회사가 어려울 때 더욱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슈가 됐던 하이닉스의 일자리 나누기의 경우도 노경상생의 대표적인 예다. 올 초에는 임금동결 및 단체협약 무교섭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다.

◇ 반도체 기술력은 톱 클래스=하이닉스의 D램 양산기술력은 삼성전자도 놀랄 정도다. D램 제품의 경우, 주력인 54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생산을 올해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50나노급에 비해 생산성이 50% 이상 향상된 44나노 생산을 개시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경쟁사들이 60나노나 70나노급을 주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54나노를 기준으로 하면 1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한 때 일부 공정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지를 정도로 양산 기술면에서는 세계 톱클래스에 올라있는 것이 하이닉스의 경쟁력이다.



◇ 현금창출능력=하이닉스는 현재 약 8조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충했고, 2분기 말 기준으로 약 1조50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하이닉스의 투자부담과 금융비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매년 1조 5000억 원 가량의 감가상각비를 쌓아가고 있고, 향후 2~3년 내 메모리 경기호황기로 접어들면서 투자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익이 많이 날 때는 1년에 2조원의 순이익이 나기도 해 리스크도 크지만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구조다.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한국 기업들이 M&A에 나서면서 리스크가 적은 내수산업 중심의 M&A 매물에만 관심을 가져 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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