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시장의 합리적 '효성' 평가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9.09.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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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인수의사 없다' 번복에 실망감 표출… 재무능력 부정적 평가

"효성 (52,200원 ▲1,200 +2.35%)의 하이닉스 단독인수는 미스테리다"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

"효성이 끝까지 (하이닉스)인수를 밀어부치면 주가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우려 그 자체다. 효성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효성쇼크'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에 23일 효성의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고, 반나절만에 5200억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효성의 승부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하다. 회장님의 높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무지몽매함 때문일까? 주가는 급락하고 있고, 투자자들의 애간장은 녹아들고 있다.

올해 초 3만원 대였던 효성의 주가는 최근에는 10만원 내외에서 거래됐다. 효성은 부실 해외법인의 정리와 더불어 화학, 섬유회사에서 중공업, 신재생에너지 및 첨단신소재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며 변신해 왔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하이닉스' 광풍에 일거에 날아갈 태세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이 너무 버거운 상대를 신성장동력 대상으로 삼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효성의 재무상황이나 사업구조 등을 고려하면 하이닉스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성 스스로 부담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도 하이닉스 인수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은 비즈니스 외적인 부분이 감안된 것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판단하는 만큼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는 "반도체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장비산업인데,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효성한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D램사업은 경기를 타는 산업인 만큼 싸이클이 꺾이면 적자로 돌아서게 되는데 효성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채권단이 매물로 내놓은 하이닉스 지분은 총 28%로 시장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은 경영프리미엄을 얹어 약 4조원 가량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윤 맥투자자문 주식운용부장은 "효성의 현자산규모나 내부현금조달능력(약 2조원 전후 추정) 감안시 하이닉스인수에 소요될 4조원전후의 자금은 재무상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이후 그룹에 미쳤던 부정적 영향이 투영되면서 시장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철회하더라도 효성의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상당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효성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효성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를 진행하면서 당시 시장에 나돌았던 하이닉스 인수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하이닉스 인수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효성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이는 상장기업과 주주, 투자자간 심각한 신뢰상실의 문제이며 일종의 사기로 향후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재무적투자자 모집 등 그룹의 투자유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효성의 지분 10.2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7.62%(4월13일 기준), 삼성투신운용 4.1%(4월말) KB자산운용 2% 등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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