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향서만 냈는데... 효성 '하이닉스 딜레마'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9.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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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 싸늘...인수포기·유찰 전망 이어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효성 (52,200원 ▲1,200 +2.35%)그룹이 '진퇴양난'에 몰린 모습이다. 효성 측에선 "인수의향서만 제출한 상황으로 인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단독 후보로 참여한 만큼 시장에선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다각화와 그룹의 몸집 불리기 차원에서 조석래 회장이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인수에 의지를 보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이 삼성과 동업했다가 분가한 인연 등으로 조 회장이 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23일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수대금이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조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의 현금성 자산은 총 1630억 원밖에 안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며 "부채수준이 총부채 2조1000억 원, 순부채율 77%로 이미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은행으로부터의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가 필요한데 금호그룹의 선례와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FI를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이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참여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워낙 덩치가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라서 우려감 그 자체"라며 "물론 효성이 사업다각화 등을 고려해 판단했겠지만 시장의 우려를 씻기 어려울 것"고 부연했다.

그러다보니 증권가에선 효성에 대한 추천종목 제외와 기업 분석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또 효성의 인수포기나 유찰 등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효성의 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고 주인 찾기는 장기화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놨고, NH투자증권측은 "인수가격 부담 때문에 채권단과의 협상과정에서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응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수에 성공하면 효성·하이닉스 모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고,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효성의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신뢰성 상실로 효성의 주가는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 주주단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효성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중 예비입찰 제안서를 받은 뒤 실사와 본 입찰 등을 거쳐 11월 말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개입찰 매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효성도 10월 중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가격 등을 주주단 측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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