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세종시, 업그레이드? 축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9.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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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의견 엇갈려… 정운찬, 고양이 방울 달기(?)

여권에서 '세종시'는 금기된 단어다. 때가 돼 자연스럽게 쟁점으로 부각되기 전에 굳이 나서 공론화할 필요가 없는 '한시적인 사어(死語)'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며 여권이 당혹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조차 세종시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감지되고 있어 추후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 축소를 꾀하고 있다며 정치쟁점화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정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에도 정쟁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여당에 '친서민·민생 전략'을 선점당한 민주당 입장에서 모처럼 맞이한 찬스다.

◇오락가락 한나라당, "골치아픈 세종시"= 세종시 건설 문제는 참여정부로부터 넘어온 계속사업이다. 참여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 추진했고, 그 결정체가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 건설이다.



세종시 문제에는 그러나 국토균형발전 차원 뿐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함의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정치권과 정당이 영남과 호남으로 갈린 대립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에 대한 '러브콜'인 셈이다. 세종시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는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쟁점사안이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세종시 사업을 현 구도대로 추진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는 물밑 논의일 뿐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일단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사실. '원안대로 세종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 상황에서 논의하기 이르다"며 난처해하는 이유다.


한 초선의원은 "세종시 사업에 대한 우려는 물밑에 잠겨 있지만 언젠가 본격적인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안대로 건설했을 때 제대로 된 도시 모습을 갖출지 등을 종합 검토해야 하지만 워낙 정치적 상징성을 띤 사안이라 여당 입장에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정운찬,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 후보자의 청문회 둘째날인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는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약이었으며 지금도 원안 통과가 당론"이라며 "단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지방을 살리고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중장기적 국가 전략에서 바라볼 때 필요하다고 생각해 채택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어 "세종시는 총리 후보자의 견해와 같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며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균형 발전 모델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의원마다 제각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기존 당론의 형식적인 반복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대로 밀고 가야 하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는 자족도시로 완성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런 점에서 정 후보자의 세종시 관련 발언이 다소 성급했지만 언젠가는 터질 것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 구도대로의) 세종시 건설 후 효과 △행정효율성 문제 △균형발전이란 목적의 충족 여부 등에 회의적인 반응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논리에 밀려 최악의 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세종시 건설이란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정 후보자의 주장처럼 자족도시로 성공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듬어야 한다는 물밑 주장이 차츰 힘을 얻어가고 있다.

세종시청사 조감도.세종시청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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