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MOU는 체결했는데…

배성민 기자, 김익태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2009.09.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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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동상이몽',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주목

"모두 양보해 최상의 안을 만들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정부-한은, MOU는 체결했는데…


각 기관 수장들이 팔을 엇갈린 포즈를 취하며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에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더 이상 이보다 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발생 후 촉발된 3개월간의 정보 공유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날 이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투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자가 봤을 때도 이런 정보까지 공유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양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MOU에 따라 한은은 금감원 요청자료 186건 중 183건, 금감원은 한은 요청자료 1325건 중 1304건 등 요청 대비 98% 수준을 주고 받는다. 국민연금 대외증권 투자현황 등 관련법상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실상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셈이다. 각 기관이 보유 한 정보의 60% 수준만 공유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공유 대상도 은행권 뿐 아니라 제2금융권 정보까지 포함했다.

은행 경영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 공유 여부를 놓고 막판 진통을 겪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양측이 상당 부분 양보해 합의점을 도출했다. 아울러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1개월 내 금감원은 한은과 공동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금융기관 긴급 유동성 지원 등 긴급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사 지연 등 불필요한 논쟁의 빌미가 됐던 사전실무협의 절차는 폐지했다.



하지만 한은은 'MOU는 MOU, 한은법은 한은법'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뭔가 미흡하다는 것. 예컨대 금통위의 요청이 있더라도 금감원이 이에 응하지 않았을 때의 시정 절차 등이 빠져있다는 얘기다. 이성태 총재도 MOU 체결식 뒤 '만족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하며 서둘러 행사장을 떠났다. 류후규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은 "MOU와 한은법 개정 작업은 투트랙(각각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MOU 체결로 한은법 개정 명분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금감원 반응과 사뭇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도 'MOU와 한은법 개정은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개정 명분이 없어진 만큼 정부 측 입장을 담은 개정안으로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제 관심은 17일 윤 장관과 이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쏠린다. 이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한은법 개정안을 재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되 단독검사권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부 안은 지난 4월 소위를 통과한 재정위 개정안과 차이가 커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에 제한적 범위 내에서 단독검사권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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