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0弗전망…무역수지·물가 '빨간불'

양영권,이학렬 기자 2009.09.13 15:22
글자크기

(상보)에너지 수입액 증가.. 환율·물가 불안 초래

올해 연말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불러와 회복 중인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제154차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 결과 및 평가' 보고서에서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대 중반과 70달러 초반 사이에서 등락하다 연말 80달러선까지 상승할 것이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은 수요가 늘어서라기보다 달러화 약세와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경원은 "현재의 석유 시장은 초과 공급 상황이지만 유가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달러가치 변동, 유동성 증가에 따른 금융 측면에 더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요 석유수출 국가들이 증산을 하더라도 유가 하락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에경원은 "OPEC가 생산량을 조정해 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OPEC는 세계 경기 회복으로 실질 수요가 증가할 경우 원유 가격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증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154차 OPEC 정기총회에서 회원국들은 현재 수준으로 목표 생산량을 동결할 것을 합의했다.


이에 대해 에경원은 "OPEC 총회의 생산 쿼터 유지 결정은 최근 유가 변동에 대한 석유 수급 측면의 요인이 미약한 만큼 추가적인 생산량 조정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임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은 바로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16억7000만달러로 지난 2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이래 최소치를 나타냈다. 특히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6월 72억7000만달러와 비교할 때 78%나 감소한 상황.



무역 흑자 감소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가 한몫했다. 지난 6월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59.5달러를 나타냈지만 지난달 68.5달러로 9달러 뛰었다. 그 결과 원유 수입액은 11억6200만달러, 원유·석유제품·가스 등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18억4400만달러 증가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도 불안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한다. 현재 소비자물가는 2%대에 안정돼 있지만 한때 6%선에 근접했던 것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무역수지 악화로 환율까지 다시 불안해질 경우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수입에서 원유 등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5~65%에 이른다”며 “원자재 가격 등락의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