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령열차 떠안은 코레일..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09.09.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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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쾌적한 대중교통 수단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답변이 나오겠지만, '인천공항철도'보다 더 쾌적한 수단이 있을까. 우스갯소리 같지만 수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음에도 매일 텅 빈 채 혈세를 낭비하며 달리는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은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쾌적함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혈세먹는 하마'를 코레일이 인수했다.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코레일로선 또다른 빚더미를 떠앉게 된 것이다. 코레일이 ㈜인천공항공사와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지급키로 한 인수자금은 1조2058억원. ㈜인천공항공사 지분의 88.8%에 해당한다. 공사가 인수 주체인만큼 사실상 정부가 '골칫덩이'를 맡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07년 3월 개통 초기부터 인천공항철도는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해 언론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끊임없이 질타를 받아왔다. 실제 이용승객은 고작 수요 예측치의 7%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유령 열차'다. '수익보장비율 90%' 계약에 따라 정부가 민간에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함으로써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혈세가 새나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여론에 떠밀려 개선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계약체결 당시(2001년 3월) 책임자였던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의 고위 간부들은 서로 '남 탓'하기에만 바빴다.



그들은 현재도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고 나서는 이는 없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코레일이 '결자해지'를 택했다. 인수와 함께 정부 수익보장비율을 90%에서 58%로 낮춰 계약이 엉터리였음을 자인했다.

그러나 코레일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매입대금 조달을 위해 수천억원의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다 '황금알'로 여겨지던 대규모 개발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영업적자를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 대내외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이번 매입이 '실패한 민자사업'의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현재 난무하고 있는 전국의 민자사업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이 기획되고 사업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요 예측을 부풀리는 악순환을 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책임 규명과 시스템 개선이 없을 경우 이 같은 '비극'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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