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위·변조 사고 급증, 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9.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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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IC카드 전환율 불구 카드 위변조 건수 급증
-반쪽짜리 IC카드 전환정책이 원인
-가맹점 IC카드 결제단말기 보급해야

직장인 김모씨(35)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벽 2시쯤 한 주점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수백만원이 결제됐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고, 다행히 이 결제 건은 취소 처리됐다.



카드사 사기방지팀 조사결과 김씨의 카드는 서울시내 어느 주유소에서 복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주유소에선 사무실로 카드를 가져가 결제를 하는데, 주유소 직원이 이를 악용해 몰래 김씨의 카드를 복제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카드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는 카드사의 설명에 기존 마그네틱 카드를 직접회로(IC) 카드로 전환했으나 위·변조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반쪽 정책으로 카드 위·변조 급증=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발생한 신용카드 위·변조 건수는 총 164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1%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IC카드 전환율이 현재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카드 위·변조 건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의 반쪽짜리 IC카드 전환정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카드업계에 IC카드 전환을 독려해왔다. 카드 복제가 용이한 마그네틱카드와 달리 IC카드의 경우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위·변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드업계는 올 연말까지 발급된 모든 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IC카드 전환만으론 카드 위·변조를 방지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IC카드 전용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IC카드 전환율을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카드 가맹점에 설치된 177만개 결제 단말기 중 IC카드용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인 34만개에 불과하다.


한 카드사 금융사기 방지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IC카드는 마그네틱이 포함된 하이브리드 카드 형태로 발급된다"며 "IC카드라 하더라도 가맹점에 관련 단말기가 구비돼 있지 않으면 마그네틱으로 결제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카드 위·변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단말기 교체 서둘러야"= 금융당국의 반쪽짜리 정책으로 IC카드 교체에 상당한 비용들 들인 카드사들은 불만이 상당하다. 카드사들은 장당 2000~3000원 가량 제작비용이 드는 IC카드를 6000만장 이상 제작해 발급했다. IC카드 제작비용은 일반 마그네틱 카드(150~250원)의 최대 20배에 달한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독려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으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IC카드 단말기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여신금융업법에선 카드 위·변조 사고시 피해금액 전부를 카드사들이 보상하도록 하고 있어 업계의 보상 비용부담도 증가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IC카드 전환만 강조했지 이를 사용할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가맹점 내 IC카드 단말기 보급율을 독려해 정책이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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