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2일(10: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대우건설 (3,960원 ▼55 -1.37%)이 3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당시 첫 매각을 담당했던 삼성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매각), JP모건(매수) 등은 인수전에서 배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이번 M&A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관주도 성격을 지녀 매각 업무에서는 이들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다.
산업은행의 경우 금호아시아나의 채권은행으로 재무구조개선 협약을 압박한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이미 예상 가능한 후보였다. 노무라도 일각에선 의외의 주관사로 평가됐지만 그 전신이 리먼브라더스라는 걸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노무라 기업금융 헤드는 박성우 대표. 노무라에 흡수된 박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인력이 리먼 출신이고 이들이 대부분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길러낸 후배라는 점에서 산업은행 인력과 의사소통이 수월한 글로벌 IB로는 노무라가 적임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현재 노무라에는 3년 전 씨티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한 쉐야르 키쉬티(Sheryar Chishty)가 MD급으로 합류해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어제의 승리자가 물 먹게 된 두 번째 원인은 이번 거래의 불투명성에도 있다. 금호아시아나나 산업은행은 딜을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 국내 기업 중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딜 규모가 크고 해당 매물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바이어를 찾지 못한 바에야 IB는 소용이 없다.
삼성은 이미 인수 후보군 탐색을 포기한 모양이고, 씨티는 포스코에 인수 시도를 설득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국내 기업들에 마케팅을 해도 "어차피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사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마지막은 현재 대우건설이 가진 매물가치와 상징성 때문이다. 3년 전 대우건설에 관심이 있던 바이어들은 대부분 과거와 현재의 기업 내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와는 현격히 차이가 있는 매물을 두고 IB를 고용해 가치를 분석할 이유가 없고, 또 인수 검토를 한다고 해도 회계법인 정도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이른바 '실패한 M&A 매물'로서 갖는 부정적 상징성도 거론된다. 금융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IB를 고용해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현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주요 인수주체로 부각된 한화석유화학의 주가는 한두 달 새 반 토막 이하로 내려앉았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했던 JP모간은 빅딜이 파이낸싱 문제로 연 이어 실패하자 국내 기업들의 신임을 상당히 잃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했던 JP모간은 중요 기업금융 인력의 이탈과 잇따른 빅딜 실패 후유증으로 와신상담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