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戰, 삼성·씨티·JP 물먹은 까닭

더벨 박준식 기자 2009.09.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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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실패한 빅딜 주도한 IB 시장신뢰 잃어

이 기사는 09월02일(10: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3,960원 ▼55 -1.37%)이 3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당시 첫 매각을 담당했던 삼성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매각), JP모건(매수) 등은 인수전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난 2006년에 비해 딜 규모가 줄었다고는 해도 이번 역시 최대 3조원 대에 달하는 메가 딜이다. 당시 주관사 실사 등을 통해 기업 내용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는 옛 3인방이 매각 자문은 고사하고 매수 자문도 따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이번 M&A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관주도 성격을 지녀 매각 업무에서는 이들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발표한 이후 한 달여 만에 매각 주관사로 산업은행 M&A실과 노무라증권을 발표했다. 조(兆) 단위의 딜이지만 용역제안서를 보내거나 별도의 입찰을 거치지 않고 매각 구조 결정 이후 속전속결로 주관사를 확정한 것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금호아시아나의 채권은행으로 재무구조개선 협약을 압박한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이미 예상 가능한 후보였다. 노무라도 일각에선 의외의 주관사로 평가됐지만 그 전신이 리먼브라더스라는 걸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노무라 기업금융 헤드는 박성우 대표. 노무라에 흡수된 박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인력이 리먼 출신이고 이들이 대부분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길러낸 후배라는 점에서 산업은행 인력과 의사소통이 수월한 글로벌 IB로는 노무라가 적임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현재 노무라에는 3년 전 씨티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한 쉐야르 키쉬티(Sheryar Chishty)가 MD급으로 합류해 있다.


어제의 승리자가 물 먹게 된 두 번째 원인은 이번 거래의 불투명성에도 있다. 금호아시아나나 산업은행은 딜을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 국내 기업 중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딜 규모가 크고 해당 매물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바이어를 찾지 못한 바에야 IB는 소용이 없다.

삼성은 이미 인수 후보군 탐색을 포기한 모양이고, 씨티는 포스코에 인수 시도를 설득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국내 기업들에 마케팅을 해도 "어차피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사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마지막은 현재 대우건설이 가진 매물가치와 상징성 때문이다. 3년 전 대우건설에 관심이 있던 바이어들은 대부분 과거와 현재의 기업 내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와는 현격히 차이가 있는 매물을 두고 IB를 고용해 가치를 분석할 이유가 없고, 또 인수 검토를 한다고 해도 회계법인 정도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이른바 '실패한 M&A 매물'로서 갖는 부정적 상징성도 거론된다. 금융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IB를 고용해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현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주요 인수주체로 부각된 한화석유화학의 주가는 한두 달 새 반 토막 이하로 내려앉았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했던 JP모간은 빅딜이 파이낸싱 문제로 연 이어 실패하자 국내 기업들의 신임을 상당히 잃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했던 JP모간은 중요 기업금융 인력의 이탈과 잇따른 빅딜 실패 후유증으로 와신상담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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