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건설사 부도 릴레이 '공포'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9.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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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이어 현진까지 쓰러져…신용도 재평가때 위기감지못한 채권단도 책임

중견건설사인 신창건설에 이어 현진까지 최종 부도처리됨에 B등급 건설사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진의 경우 은행들이 신용도 재조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필요한 C등급으로 강등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또다른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시중은행에 돌아온 어음 약 240여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던 현진이 이날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지난 3월 단기 유동성 부족이란 진단을 받은 B등급의 신창건설이 기업회생절차 개시(옛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현진까지 부도남에 따라 B등급 건설사들의 '부도 릴레이'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B등급은 단기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게 위기의 근원이어서 별도의 구조조정없이 채권은행의 자금지원만 있으면 곧 정상화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주택전문 건설사들에 대한 대주단의 평가는 오판이었다.



지방 분양사업장이 대부분인 주택전문 B등급 건설사들은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으로 미분양아파트 매각이 답보상태에 빠짐에 따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특히 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잠재부실이 많은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B등급 건설사들이 위기를 숨기고 있어 잠재 부실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창건설의 경우 위기 징후를 포착해 채권을 회수한 금융기관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도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 대주단이 1차 구조조정 때 B등급을 받은 53개 건설사에 대해 2008 회계연도 결산자료를 토대로 신용위험을 재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진의 위기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주단은 지난해 등급 결정이 건설사들의 3/4분기 실적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4/4분기 실적을 포함해 신용도를 재평가했다.

만약 현진에 대한 신용도 재평가에서 워크아웃 결정을 내렸다면 최종 부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진과 마찬가지로 신용도 재평가 결과 위기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부도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건설업계 내에선 B등급 건설사들의 경우 신규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C등급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이 지원되고 있어 'B등급보다 나은 C등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상반기에 실시한 신용도 재평가때 지난해 3/4분기까지의 실적보다 4/4분기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전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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