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 저물고 있나

MTN 김윤정 아스트랄에셋 대표 2009.09.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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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투자ABC]

국제 유가가 다시금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근 들어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리터당 1,900원대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증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유가 또한 반등 폭을 넓히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고 선물 시장에서 원유는 상품 시장 투자자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저유가 시대, 저물고 있나


올해 2월 금 시세가 폭등하였을 때 금 시세와 달러화 가치 변동의 상관성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현재의 유가 역시 당시의 금 시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9월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원유 가격의 상승 쪽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들도 있는 반면, 이제 더 이상의 상승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쪽도 있다.



그렇다면 유가의 움직임은 대표적으로 어떠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일까?

국제 원유 선물 시장의 대표적인 유종인 WTI는 날씨와 같은 기본적인 수급 요인을 비롯하여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요인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우선 날씨와 경기 동향, 각국의 석유 재고 수준 및 OPEC의 산유량 등과 같은 수급 요인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도 여름에는 덥기 때문에 냉방 및 휴가 차량용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겨울에는 추울수록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와 같은 석유의 수요 증가는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경기 침체 시에는 석유 수요가 급감하게 되어 유가가 하락하는 요인이 되고, 경기 활황 시에는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 상승을 이끄는 원인이 된다. OPEC의 산유량 및 증산 여력도 유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OPEC의 감산 단행 시 공급 감소로 유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증산시 유가 하락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나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 및 수요 폭증 우려감이 가수요를 발생시키며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정세 불안 및 나이지리아에서의 테러 위협, 이란의 핵 논란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원유 선물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는 투기 세력 또한 유가 변동에 영향을 주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투기 세력의 진입은 시장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면서 유가의 유동성을 높이며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선물 시장의 기본적인 취지인 헷징이 거래의 목적이 되지 않고 투기가 득세해 실물 시장을 빈번하게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유 선물 거래가 활성화 됨에 따라 현물 가격 역시 선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을 보면, 다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경제 지표가 호전되며 상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 국면에 돌입했는데, 국제 유가 역시 미 증시의 상승과 맞물려 큰 상승세를 보여 왔다. 아래 그래프는 미 증시와 국제 유가의 지속된 정(正) 상관성을 보여준다.
저유가 시대, 저물고 있나
(2009년 5월부터 2009년 8월 사이의 유가와 S&P 500지수, 출처:www.prices-oil.org)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인데,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한때의 상한선이었던 100 달러선에 다시 도달하게 될지, 아니면 하락 요인의 작용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게 될 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요인들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를 예상하여 유가 움직임의 향방을 예측할 수는 있다.

우선 9월 한 달간 대표적인 영향을 미칠 수급 요인은 허리케인인데,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올해의 허리케인은 예년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보이므로 허리케인 시즌 프리미엄은 예년에 비해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대표적인 지정학적 요인은 나이지리아의 상황인데,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니제르델타 해방운동(MEND) 반군의 30여일 남짓한 휴전 협정 기간 동안 긍정적인 협정을 맺게 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유가 하락에 무게를 싣는 것들이다.

반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시중의 과잉 유동성 때문에 지금보다 유가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하락 요인이 상승 요인보다 우세하지만 경제 지표의 개선세로 인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하락을 제한함과 더불어 투기 수요가 늘어날 경우 국제 유가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선물을 비롯한 장내, 혹은 장외 파생 상품 시장이 다소 투기 혹은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는 이유는, 현재의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미래의 향방을 예측해야 하는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 및 수요 폭등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선물 거래 계약을 맺은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을 담보로 한 파생 상품 거래에서는 투자자 개개인이 거래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일일이 다 수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원유 선물을 비롯한 파생 상품에 투자할 때에는 본인의 투자 성향을 잘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리스크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거래에 임해야 한다.



◇용어설명
-선물 거래: 미래 특정 시점에 인수/인도하기로 되어 있는 표준화된 특정 상품을 현재 시점에서 특정 가격으로 약정하는 거래 행위를 말하며, 만기일 이전에 반대 매매에 의한 차액 정산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선물 거래 중 원유가 거래되고 있는 시장 중 가장 대표적인 시장은 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 Inc. 뉴욕 상업 거래소)다.

NYMEX에서는 국제 원유 선물 시장의 대표 유종인 WTI가 총 세계 일일 원유 수요량 8,700만 배럴의 6배 이상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원유가 거래되고 있다. NYMEX 외에도 원유 선물 거래소는 북해산 원유인 브렌트(Brent)가 거래되는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및 2007년에 중동 두바이에서 개설된 DME(Dubai Mercantile Exchange, Limited)가 있다. DME에서는 오만(Oman) 원유가 거래되고 있는데 NYMEX나 ICE에 비해 거래가 많지 않다.

-상품 시장의 투자 매력: 상품은 유형의 자산으로 다른 금융 자산들과는 기본적인 특성이 다르다. 발행 기업의 부도로 가치가 0이 될 위험성이 없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갖고 있다. 또한 상품 가격은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조차도 오를 수 있다. FRB의 통화 팽창 및 급속한 신용 확대 정책으로 말미암아 유형 자산들, 즉 금속을 비롯한 여러 상품들의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모든 상품에 대해 더욱 강력한 수요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혼란기는 상품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불안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참고 자료 출처: www.prices-oil.org, Bloomberg.com, 이트레이드증권,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짐 로저스 著)

-김윤정 아스트랄에셋 대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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