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축제에서 소외된 연기금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8.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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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째 '팔자' 행진…삼성전자 최대매도

연기금이 코스피지수의 상승 축제에 동참하지 못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610선을 돌파하며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연일 '팔자'에만 방점을 찍으며 증시의 오름세를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잇따른 매도우위에 대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편입비중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수의 상승에 따라 주식의 순자산가치(NAV)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식을 파는 상황일 뿐 작심하고 매도에 치중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연기금이 팔자에 나서고는 있지만, 시장의 상승 흐름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연기금 발' 하락우려는 상대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은 24일 코스피시장에서 1392억원을 순매도했다. 16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31일 261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면 7월15일부터 줄기차게 하루만 거르고 '팔자우위'를 고집하는 셈이다.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1420선에 안착한 이후부터 매도우위적 관점을 견지해왔다. 지난달 15일 이후 팔아치운 금액만도 2조7102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장의 주도주를 떠오른 삼성전자다. 연기금은 지난달 15일 이후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를 2517억원 순매도했다. 이어 LG전자 (110,900원 ▲800 +0.73%)POSCO (379,500원 ▲4,500 +1.20%)가 1767억원과 1439억원의 매도우위로 뒤를 이었다.

최근 주당 10만원을 넘으며 '잘 달리는' 현대차 (249,000원 ▼1,500 -0.60%)도 같은 기간 915억원 순매도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7,370원 ▲10 +0.1%) 시황분석팀장은 연기금의 연속적인 매도에 대해 "공격적인 매도 마인드는 아니고 보유 주가 상승에 따른 비중 덜어내기로 판단된다"고 관측했다.

시장에 선행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순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보유비중 조절을 위한 매도임이 두드러진다는 전망이다.



류 팀장은 "코스피지수의 상승이 가속화될 수록 연기금은 축제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계속 판다는 관점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기금의 매도행진에는 기금시장에서도 '큰 손'중 큰 손인 국민연금의 매도가 한 몫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말 올해 하반기 국내 주식비중을 15.2%로 당초에 비해 1.8%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당시 주식비중 축소의 근거로 내세운 논리는 국내경제의 개선 속도가 세계경제보다 앞설 것으로는 보이지만, 실물경제의 더딘 회복으로 주식시장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망한 데 따른 것이다.



증시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망하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승무드의 축제에 동참하지 못하는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의 결정에 좌우되는 만큼 갑자기 매수우위적 관점으로 태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며 "연기금이 내던진 우량 대형주를 외국인이 싼 값에 거둬들이는 반작용이 증시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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