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한계, 금융지주의 한계(2)

머니투데이 성화용 부국장 2009.08.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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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신한ㆍ하나금융지주의 '회장님 리스크'

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지주사 4곳을 특성에 따라 묶어 보면 여러 조합이 나온다. 우선 신한ㆍ하나, KBㆍ우리로 짝을 지워보자.

신한ㆍ하나금융지주 커플은 지주사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지주사가 은행을 비롯한 자회사를 ‘그룹’으로 묶어 견고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공통점은 ‘회장’의 역할이다. 라응찬 회장과 김승유 회장은 그룹의 '핵'이다. 그 힘이 어떤 경로로 발휘되는 지를 얘기하자면 복잡하지만, 현실은 분명히 그렇다.



다시 말해 신한과 하나의 금융지주사 체제는 ‘회장’에 의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실제 역할은 재벌그룹의 오너 회장과도 비슷해 보인다. 은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경영진 인사권을 확실히 갖고 있다. 그룹의 핵심 경영 현안을 보고 받고 큰 방향을 결정한다. 때로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거나 주주간 이해 조정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두 금융지주사의 ‘회장’이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데 있다. 라응찬, 김승유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두 회장의 지배력은 주주와 조직 내부의 묵시적 동의를 전제로 한다. 그들은 그룹의 모태인 은행의 역사를 등에 지고 있다. 사실상의 창업자였고, 은행과 그룹을 키웠고,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 결과로서 그들은 ‘회장’이 됐다. 지금은 두 금융그룹의 ‘축’이며, ‘안전판’이다.

여기서 두 개의 질문이 던져보자. 두 회장은 영원히 회장으로 남을 수 있나? 두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은 있나? 첫번째 질문은 ‘아니오’, 두번째 질문은 ‘모르겠다’가 정답이다. 원론적인 답이 그렇다는 것일 뿐 두번째 질문 역시 현재 시점을 단면으로 잘라놓고 보면 ‘아니오’가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신한ㆍ하나금융그룹은 태생적으로 ‘회장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두 ‘후발은행’을 한국 금융시장의 메이저로 키워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주역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대신할 '시스템'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 보인다.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두 금융그룹의 간부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답답해 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공공연히 얘기를 꺼낼 수 없다. 결국 당사자인 회장 스스로 대안을 내놓기 전에는 불안한 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지배구조의 연착륙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도 아마 회장님들일 것이다. 이미 두 회장은 다양한 방식의 실험과 평가를 통해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그 중 조금 더 결과에 다가서 있는 건 아무래도 라회장 쪽이다. 라회장은 신상훈 지주사 사장-이백순 은행장 체제로 밑그림을 그렸다. 정황상 라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는 시점은 이 구도가 유지되는 도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신한이 ‘회장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라회장의 ‘절대 권위’가 사라진 후 어떻게 될 지 예측 불허다. 주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내부의 혼란은 없을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나마 안정적인 조직으로 꼽히는 신한금융그룹이 이 정도라면, 하나금융그룹은 아무래도 더 많은 변수들에 포위돼 있다고 봐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현재로서는 ‘김회장 이후’를 점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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