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ㆍ하나금융지주 커플은 지주사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지주사가 은행을 비롯한 자회사를 ‘그룹’으로 묶어 견고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공통점은 ‘회장’의 역할이다. 라응찬 회장과 김승유 회장은 그룹의 '핵'이다. 그 힘이 어떤 경로로 발휘되는 지를 얘기하자면 복잡하지만, 현실은 분명히 그렇다.
문제는 두 금융지주사의 ‘회장’이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데 있다. 라응찬, 김승유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개의 질문이 던져보자. 두 회장은 영원히 회장으로 남을 수 있나? 두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은 있나? 첫번째 질문은 ‘아니오’, 두번째 질문은 ‘모르겠다’가 정답이다. 원론적인 답이 그렇다는 것일 뿐 두번째 질문 역시 현재 시점을 단면으로 잘라놓고 보면 ‘아니오’가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신한ㆍ하나금융그룹은 태생적으로 ‘회장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두 ‘후발은행’을 한국 금융시장의 메이저로 키워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주역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대신할 '시스템'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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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두 금융그룹의 간부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답답해 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공공연히 얘기를 꺼낼 수 없다. 결국 당사자인 회장 스스로 대안을 내놓기 전에는 불안한 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지배구조의 연착륙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도 아마 회장님들일 것이다. 이미 두 회장은 다양한 방식의 실험과 평가를 통해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그 중 조금 더 결과에 다가서 있는 건 아무래도 라회장 쪽이다. 라회장은 신상훈 지주사 사장-이백순 은행장 체제로 밑그림을 그렸다. 정황상 라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는 시점은 이 구도가 유지되는 도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신한이 ‘회장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라회장의 ‘절대 권위’가 사라진 후 어떻게 될 지 예측 불허다. 주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내부의 혼란은 없을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나마 안정적인 조직으로 꼽히는 신한금융그룹이 이 정도라면, 하나금융그룹은 아무래도 더 많은 변수들에 포위돼 있다고 봐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현재로서는 ‘김회장 이후’를 점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