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대 2번째 조문단 파견 이유는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8.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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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 파견키로..성사 가능성 높아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조문단 역할을 하게 될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 이에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성사될 전망이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19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조의 방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특사 방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 비서와 부장을 비롯해 5명 정도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장례식 전에 방문하되 체류 일정은 당일이나 1박 2일 일정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박 전 비서실장이 전했다. 방문 수단은 북측 특별 비행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비서실장은 "방문단이 가는 것과 관련해서 양측에서 실무적인 대책을 빨리 취하고 그 결과를 속히 알려주기 바란다고 전해왔다"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부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관련 절차 등에 대해 검토중이라며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 조문단 방문은 별다른 차질없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북한의 김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 방문이 성사되면 지난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망 때 이후 2번째다. 북한은 정 회장이 사망했을 당시 송호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파견했다. 이번에 방문단의 구성이나 규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하루만에 조문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했고, 또 일정도 우리측에서 결정해 달라고 하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함께 최근 국제 정세 등도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은 임기내내 '햇볕정책'을 펼치며 북한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평화적인 대화를 추구해 왔다.

그 성과로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는 등 북한과 가장 관계가 좋았던 대통령이다. 이에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김 국방위원장이 조의를 표하고, 조문단 파견까지 일사천리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예우를 갖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김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반영됐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 대통령 본인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도 감안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선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후 냉각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최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등으로 어느 정도 해빙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을 통해 '우리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속뜻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지를 제고하기 좋은 기회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북한의 적극적인 조문 움직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평화통일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북한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시킨 대통령이라는 점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유야 어쨌든 이번 기회에 조문단이 와서 다시 남북대화와 남북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좋은 것 아니겠냐"며 "그 경우 김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에도 남북 평화에 기여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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