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19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조의 방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실장은 "방문단이 가는 것과 관련해서 양측에서 실무적인 대책을 빨리 취하고 그 결과를 속히 알려주기 바란다고 전해왔다"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부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김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 방문이 성사되면 지난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망 때 이후 2번째다. 북한은 정 회장이 사망했을 당시 송호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파견했다. 이번에 방문단의 구성이나 규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하루만에 조문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했고, 또 일정도 우리측에서 결정해 달라고 하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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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함께 최근 국제 정세 등도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은 임기내내 '햇볕정책'을 펼치며 북한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평화적인 대화를 추구해 왔다.
그 성과로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는 등 북한과 가장 관계가 좋았던 대통령이다. 이에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김 국방위원장이 조의를 표하고, 조문단 파견까지 일사천리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예우를 갖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김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반영됐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 대통령 본인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도 감안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선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후 냉각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최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등으로 어느 정도 해빙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을 통해 '우리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속뜻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지를 제고하기 좋은 기회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북한의 적극적인 조문 움직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평화통일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북한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시킨 대통령이라는 점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유야 어쨌든 이번 기회에 조문단이 와서 다시 남북대화와 남북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좋은 것 아니겠냐"며 "그 경우 김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에도 남북 평화에 기여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