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허가제로 지역상권 보호하자"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9.08.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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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法]④이용섭 민주당 의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편집자주 18대 국회는 '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로 불린다. 잇따라 소모적인 '입법전쟁'을 벌이며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인기도에서 국회와 정당은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18대 국회는 겉만 번지레하고 속은 비었다. 발의된 법률안 개정안의 건수는 17대 등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그러나 발의법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채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 이로운 法 ' 시리즈를 마련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및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법안 중 △경제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 △시급히 도입할 법안 등을 추려 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비록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입법정신과 취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 국회와 정당에 '또다른 입법경쟁'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 OO구 'XX시장'. 30년 이상 이 동네 상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택시를 타서 이 시장 이름을 말하면 대부분 택시기사들도 알아서 찾아간다.

최근 이 시장 상인들의 이마에 주름살이 펴지지 않는다. 2년전 가까운 지하철 역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참아볼 만 했는데, 이제는 바로 옆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생긴다고 한다. '가뜩이나 내수경기도 안 좋아서 장사도 안되는 판에 SSM이 무슨 소리냐'며 해당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항의를 해 봐도 쇠귀에 경읽기다.



"SSM 허가제로 지역상권 보호하자"


SSM 확장으로 인해 재래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는 중소상인들의 피해로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이용섭 민주당 의원(사진)은 SSM 개설을 현재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대기업과 중소상인 상생 방안 찾아야=이 의원이 이같은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기업의 상권 확장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유통대기업들은 몇년전까지 대형마트 확산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사업으로 SSM을 추진하는 것. 골목 상권도 대기업들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지역 중소상인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이 의원은 대형마트나 SSM을 신설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곳에 대형마트나 SSM이 들어서는 것은 불허해 중소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개정안은 시장, 군수, 구청장이 해당 지역의 인구 및 지역 상권과의 거리 등 지역상권에 미치는 '유통영향평가'를 실시해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SSM의 영업품목과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수를 지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대형마트 등이 들어선다고 해도 해당 지역 상권의 현황에 따라 품목을 조정하거나, 영업시간 등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시행령 제5조의2에서 임의적 기구로 되어있는 '유통업상생발전위원회'의 설치를 법률로 의무화해 심의기구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심의기구이기는 하지만, 상생위에서 허가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지자체에 전했을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상생위에는 관련 전문가, 지자체, 지역 상인, 대기업 등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지자체 '도시계획조례'의 개정도 제안했다. 현행 대다수 지자체 도시계획조례에서는 상업지역 뿐만 아니라 제2?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에서도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와 SSM 개설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를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SSM은 상업지역에만 입지토록하고, 주거지역, 준주거지역, 공업지역에는 입지불가토록 지자체가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지역상권과 대형유통점의 상생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전망은=대형마트, SSM 등의 확산으로 중소상인 피해가 심각하다는 문제는 여야 모두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임시국회 때는 여야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에서도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소위 직전까지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법 폭풍으로 인해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유통산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삼았고, 여당 역시 민생 챙기기에 나선 만큼 국회가 정상화될 경우 우선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법안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확산을 제한하는 방법에서 다소 이견이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지역 특성에 맞춘 '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결국 지역상권을 보호해 중소상인을 살리자는 취지는 동일하기 때문에 이견 조율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결국 여야가 언제 국회를 정상화해 진짜 '민생 챙기기'에 나설 지가 이 법안 통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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