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저점에도 당국 몸사림 이유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8.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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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수급 안정.약달러가 대세..키코 피해 감소도 원인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에 머물며 연저점 수준인 데도 외환당국이 눈에 띄는 개입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환율이 1200원을 향해 내려가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분간 당국의 본격적인 개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1222.5원으로 마감된 환율은 지난 4일 1218원까지 내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당시 1220원이 허물어지며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이렇다 할 물증은 없어 개입 자체가 없었다는 추론도 나왔다.



이같은 자제 분위기와 관련해 현재로선 시장에 끼어들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심리적인 이유로 원화가치가 급락했던 게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란 뜻이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오락가락했던 글로벌달러는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유가, 원자재가, 곡물가 등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환율 하락으로 완충벽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개입 자제론의 근거로 꼽힌다. 지난해 추세를 거슬렀던 개입 시비가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것도 부담 요인이다.



또 수급상황도 좋다. 수출이 수입보다 얼마나 많은지 나타내는 상품수지(무역수지)는 올해 상반기 217억달러 흑자를 달성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기대보다 괜찮은 지표를 내놓자 외국인 투자자들도 몰렸다.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2분기에만 180억달러를 쏟아내며 분기 기준으로 사상최대치를 보였다. 1분기에 비해선 24배 정도 늘어났다. 그래도 지난해 순유출액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외국인 자본이 추가로 들어올 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요인들이 산재한 만큼 외환당국은 아직 외환시장에 개입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가능하면 시장이 완전히 정상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두고보자는 쪽이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경상·자본수지가 좋을 때는 환율이 내려가는 기조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환율하락으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수출문제이지만 1200원대라면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1년전과 비교해보면 환율이 1150원까지 내려가더라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은행들의 발목을 잡았던 키코(통화옵션상품)도 개입 문제와 연관이 있다. 환율 안정에 따라 거래기업의 평가손실 규모도 급감해 지난해 6월말 9600억원에서 11월말에는 2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가 올해 5월말에는 6300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물론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환율하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국이 어떻게든 발벗고 나설 거라는 시각을 내놓는다. 하지만 기업들도 하반기 환율하락을 예상한데다 1200원이 수출감소에 직격탄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환율에 민감한 재계에서도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이현석 전무(경제조사본부장)는 “적정한 환율 수준이라는 것을 말하기도 어렵고 업종별로도 크게 다르다”며 “환율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기업들도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것에 대비하며 당분간 지켜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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