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라이벌 있어 행복합니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7.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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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라는 라이벌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2004년 현대카드가 일간지를 통해 내보낸 광고의 한 대목이다. 삼성카드는 이 같은 '도발적' 광고에 엄중 항의했고, 현대카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광고를 내렸다. 당시 삼성카드 한 간부는 "현대카드를 라이벌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벤치마킹 하는 건 좋지만 라이벌이 되고 싶다면 좀 더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5년이 흘렀다. 그리고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현대카드는 지난 2분기 12조5600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해, 12조4893억원을 올린 삼성카드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취급액은 개인과 법인의 신용판매,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모두 합친 금액이다.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라이벌'로 노골적으로 지목하기 시작한 것은 정태영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03년부터다. 현대카드의 막무가내 식 라이벌 지목에 삼성카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불쾌한 기색이었다. 현대카드보다 12년 앞서 카드업계에 진출한 삼성카드는 당시 회원 수 1300만명, 시장점유율 17.1%를 차지하는 업계 선두주자였다. 따라서 회원 수 300만명, 시장점유율 4.1%에 불과한 현대카드와 라이벌 관계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현대카드의 도발은 회사성장의 동기부여를 제시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후발 업체가 빠른 성장을 위해 내부적으로 특정 기업을 라이벌로 설정하는 일은 흔하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쉽지 않다"며 "현대카드의 이 같은 전략은 직원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고 결국 5년만에 추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이번 추월은 질적으로도 내실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리는 방식을 사용하면 취급액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이는 자산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로 현대카드는 '정공법'을 택했다. 일반 카드결제인 신용판매를 중심으로 취급액을 늘려가기로 결정한 것.

▲현대카드 전체 취급액 대비 신판 비중▲현대카드 전체 취급액 대비 신판 비중


현대카드는 지난 2004년 전체 취급액에서 76.6%를 차지하던 신용판매 비중을 △2005년 85.2% △2006년 87.0% △2008년 85.1%로 확대했다. 경쟁사들의 신용판매 비중이 7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보수적인 영업방식을 택한 셈이다.

비록 속도는 더뎠지만, 취급액 증가와 건전성 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지난 6월말 현재 업계 평균(3.10%)보다 훨씬 낮은 0.56%에 불과하다.


또다른 카드업계 리스크관리팀 관계자는 "만약 현대카드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 자산 비중을 늘려 추월했다면 그 의미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보수적으로 영업하고도 추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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