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뿐인 재래·영세상인 대책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7.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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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되풀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어

'시늉'뿐인 재래·영세상인 대책


대형마트의 파상 공세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매년 '구호'에 그치고 있다.

경제정책의 초점이 서민 위주로 모아지고 있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래시장 보호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적용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오그라드는 재래시장=20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 2004년 273개인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385개로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매출도 21조5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9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전국 재래시장 매출은 35조2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9조3000억원감소했다. 재래시장 매출 감소폭과 대형마트 매출 증가폭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의 고객을 잠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형마트들이 수익확대를 위해 슈퍼슈퍼마켓(SSM)으로 불리는 소규모 할인점을 경쟁적으로 오픈하고 있어 재래시장에 이어 동네슈퍼까지도 고사시키려한다는 비판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SSM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56곳, 롯데슈퍼 135곳, GS슈퍼마켓 118곳 등 409곳이 영업 중이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급격하게 쇠락한 재래시장처럼 SSM이 현재처럼 급팽창할 경우 동네슈퍼의 몰락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말 뿐인 정부 대책='공룡'격인 대형시장과 자체적인 경쟁이 불가능한 재래시장 상인 및 영세슈퍼 업자의 '생계형 민원'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매년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국 1600개 재래시장에서 통용되는 공동상품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래시장 공동상품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품권 복권 도입, 우체국·농협을 통한 판매 및 환전, 인터넷 주문 배송 시스템 개설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동상품권 발행에 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에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참여 재래시장 선정 및 상품권 관리 주체 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12월10일부터 발효되지만 이 또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재래시장의 대형화와 현대화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수차례 언급한 재래시장 상가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도 신용카드사들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와 수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카드사들이 비용 측면에서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먹힐까=정부는 지난달 30일에도 서민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형마트 입점시 사전에 인근 영세상인들과의 갈등을 사전에 조율 할 수 있는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마트의 문어발적 영업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의 일환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영세상인들의 상권을 보호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비등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사전 규제는 헌법상 영업자유권에 위배되고 WTO(세계무역기구) 협정과도 위배될 소지가 있어 동원하기 힘들다"면서 "사전조정 등 행정지도를 통해 협조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18대 국회에서만 대형마트와 SSM에 관해 법적 규제를 두자는 내용의 법안을 14건이나 발의한 상태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단순 지원을 통해 어른하고 아이하고 링에서 싸우라고 하면 승패는 뻔한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확장을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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