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비수'…미디어법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7.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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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이 여야 대립의 핵심이 된 이유는

-"미디어법, '잽'이 '강펀치'로 커졌다"
-한 "모든 길은 미디어법으로" vs 민 "정권유지의 핵심 수단"

박근혜의 '비수'…미디어법은 어디로


느닷없이 칼이 날아 들었다. 허를 찌르는 비수다. 그것도 내부에서. 상대가 누군가. 단 몇 단어만으로 상황을 반전시켜왔던 최고수가 아닌가.

예상했어야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최근 이례적으로 미디어법을 놓고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직권상정후 표 대결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안일하게 예단해 화를 키웠다. "(안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자충수인 셈"이라고 한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은 평가했다.



비수는 꽂혔는데 그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 애초 전해진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 처리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었다. 하지만 당내 파장이 커지자 "야당과의 합의가 중요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정안을 마련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톤이 크게 약해졌다. 하지만 뒷말은 강공 뒤 상대를 어르는 또다른 공격이란 해석이 친이계에서 나왔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정안은 곧 박 전 대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과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관심 있었다면 왜 이제서야 수정안을 내놨을까하는 불만은 초보적이다. 직권상정후 표결 강행시 친박계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미묘하다. 여당과 야당이 미디어법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전선'에 뛰어들었다. 여당은 이번 미디어법 개정안을 미디어발전법으로 따로 부르고 있다. 시대흐름에 맞게 미디어산업을 재편하고 언론의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수언론방송', '재벌방송'을 탄생시켜 두고두고 정권재창출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신문·방송 겸업 허용과 관련해 지상파와 보도채널의 소유지분 한도가 문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력 중앙일간지가 지상파와 보도채널을 거느리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 '악몽'일 수밖에 없다. 유력 중앙일간지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방송매체는 강력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자신의 보도태도 등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미디어법은 민생법안이 아닌데 왜 여야가 이처럼 정면충돌해야 하냐"며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모든 길로 통화는 관문'으로 설정하고, 직권상정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사실 애초 미디어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잽'(견제용)에 가까운 의도였는데, 청와대 등과 연결되다보니 거둘 수 없는 '강펀치'(승부수)로 확대됐다"며 한나라당 한 재선 의원은 안타까워했다. 박 전 대표의 '갑작스런' 공격은 바로 이 같은 당내 틈새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합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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