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맞은 국회···'말로만'국민들께 죄송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7.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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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정기국회서 개헌 논의 시작해야"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본회의장 '동시 점거'라는 희대의 촌극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7일 제헌절을 맞이해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여야는 16일 오후 10시부터 제헌절 경축행사가 열리는 이날 낮 12시까지 본회의장 농성을 풀기로 합의했다. 다만 여야 원내부대표단 4명은 아직도 본회의장을 사수하고 있다.



여야는 제헌절을 맞이한 이날 하나같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입을 모았지만 국회 파행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는 구태를 반복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지고 다수결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법을 6월에 처리하자는 합의를 한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상임위회의장을 막고 있어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며 민주당에 탓을 돌렸다.

또 "논의를 하다하다 안 될 때에는 다수결 원칙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회는 계속 추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고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 길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대표는 "제헌절을 계기로 민주당에게 호소한다"며 "61년 전 선배들이 만든 고귀한 민주 헌법과 의회주의를 지키는 장으로 다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참으로 뜻깊은 날인데 국회가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황이고 국회의장은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제헌국회가 헌법을 만든 오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농성 점거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헌법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제헌절을 축하할 자격이 있는지 자괴심이 차오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제헌 61주년을 맞이해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승수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등 3부요인과 입법·사법·행정부 주요 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경축 기념식을 열었다.

김 의장은 경축사를 통해 "현행 헌법은 급변하는 환경과 시대조류에 대처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87년 헌법 체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 위에서 이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헌법 개정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가급적 빨리 구성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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