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 사상 초유의 본회의장 여야 동시 점거에 들어간 이틀째, 국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섞인 목소리다. 좀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최근 세태를 반영한 것인지, 국회는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막말은 기본이고, 얼마 전에는 치고 받는 폭력극을 찍더니, 이번 소재는 '동거'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싸움을 통해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인 집단이다. 따라서 정당끼리 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싸우지 않는 정당은 정당으로의 가치가 상실된다.
정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저쪽에서 말하는 것은 아예 믿을 수 없다는 전제로 시작하면 이뤄지는 것은 전혀 없다.
여기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막말까지 더해지면서 이젠 정쟁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상대 정당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빨갱이의 꼭두각시'와 '대통령의 심부름꾼'이 한 이불을 덮고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치고받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권투조차 상대방의 하체를 공격하면 안된다는 최소한의 룰이 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기술도 룰도 없는 시장판 막싸움과 다름없다.
'사람'(人)과 '말'(言)이 더해지면 '믿음'(信)이 된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 한 켠에서는 사람과 말이 합쳐져 새로운 돌연변이가 태어나고 있다. '불신'(不信)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