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리츠가 사라진다

더벨 박영의 기자 2009.07.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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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AMC, 사모형 리츠에 집중..."도입 취지 살려야"

이 기사는 07월13일(09: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공모형 리츠(REITs)가 사라지고 있다. 일반인들의 부동산 투자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리츠가 오히려 기관 투자가들의 전유물이 돼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존속하고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는 26개사로 자산 규모 6조140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공모형 리츠는 코크렙 제7, 8호, 맥쿼리센트럴오피스, 케이알제2호 등 4개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로는 4593억원으로 전체 리츠 시장의 10분의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모두 2008년 6월 이전에 설립된 것들이다. 올해 들어 설립된 부동산투자회사는 모두 6개에 이르지만 이 중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나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대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들은 리츠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자금 조달통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공모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당장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사모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기관보다 높기 때문에 이들의 목표치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한 AMC 대표는 "기관 투자가들의 기대 수익률이 9% 정도라면 개인들은 10% 이상을 본다"며 "과거에는 부동산 인수 가격이 높지 않아 개인들의 목표 수익률을 맞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모로 상품을 출시했다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리스크도 부담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쉬운 길을 두고 굳이 공모로 펀딩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자산관리회사 관계자는 "상장을 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다 증권사 수수료 등 비용도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면 투자자들의 입맛을 일일이 맞춰야 해 피곤하다. 공시를 통해 주요 내용이 알려지는 것도 꺼려진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자산관리회사들이 손쉬운 방법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에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리츠가 기관 투자가들의 부동산 투자 수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러다간 일반 투자자들로 리츠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영영 놓칠 수 있다.

최근 자산관리회사들이 정부에 리츠가 취득하는 부동산의 취등록세 감면 등 연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세제 혜택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시점에 세제 혜택까지 없어진다면 리츠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자산관리회사들의 위기감이 담겨 있다.



선진 금융 기법이 우리 실정에 맞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책 등 보호막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기 이전에 당사자인 자산관리회사들이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업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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