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R&D설립, 와이브로 찬밥되나?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9.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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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 LTE 4G 원천기술 국내이전...KT와도 기술협력 '맞손'

스웨덴의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이 국내에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투자가 위축돼 있는 국내 경제에 큰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법인 직원이 80명 정도인 에릭슨코리아는 이 R&D센터가 설립되면 국내 고용인력이 1000명으로 늘어나, '선진기술 이전'과 '고용창출'을 한꺼번에 실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에릭슨의 한국 투자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갈 지(之)'자 걸음을 하고 있는 정부의 와이브로 정책에 커다란 '복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통위는 "이번 에릭슨 투자가 와이브로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지만, 4세대(4G) 기술표준을 놓고 와이브로와 경쟁관계에 있는 롱텀에블루션(LTE) 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에릭슨의 한국투자가 결국 정부의 '4세대(4G)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슨 국내 투자 왜?

에릭슨의 한국R&D센터 설립에 대해 방통위는 "에릭슨이 국내에 4G 이동통신 장비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에릭슨은 이미 중국과 일본에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R&D센터는 2500명 규모고, 일본은 1000명 규모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투자까지 나서는 에릭슨의 속내는 뭘까. 이에 대해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와이브로 종주국의 위상을 갖고 있는 한국에 LTE R&D 센터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국에 LTE 기술기지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4G 서비스로 LTE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속내가 아니겠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1896년, 전화기와 전화교환기를 설치해 국내 최초로 전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우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에릭슨은 '한국 정서'를 충분히 읽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와이브로와 LTE '공존'?


이같은 해석에 대해 방통위는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와이브로든 LTE든 잘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팔아야 하는데 나쁠 일이 뭐가 있냐"고 반문한다. 또 이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가 LTE 상용시스템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면서 에릭슨 R&D센터 유치가 이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방통위는 3년전부터 와이브로 연구개발에 265억원을 지원하는데 이어, LTE 연구개발에도 57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와이브로뿐 아니라 LTE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R&D 센터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한다"며 "4G의 또 다른 진영인 LTE 기술을 확보해 2011년 4G 기술표준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LTE와 나란히 4G 기술표준 후보에 올라있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국내에서 꽃을 못피우고 있는 상태에서 에릭슨의 한국투자를 계기로 LTE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와이브로 서비스업체인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 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일각에서 "와이브로 투자는 적당히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4G 시장이 열릴 즈음에 LTE 서비스로 방향을 굳히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와이브로 정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방통위 역시 '뒷짐'을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에릭슨과 친환경기지국 시스템 분야에서 KT가 협력하기 때문에 발생한 혼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방통위 관계자는 "에릭슨 투자와 무관하게 사업권 부여 조건을 기준으로 투자 이행여부를 꼼꼼히 평가해 와이브로 시장 확산을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원천기술이 없던 우리나라는 미국 퀄컴에게 한해 수조원씩 기술사용료를 지급해야 했다"면서 "LTE 원천기술을 가진 에릭슨의 한국R&D센터 설립이 또다른 기술종속을 야기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용어설명】LTE(Long Term Evolution)
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에서 진화된 4G 이동통신 기술로, 정지상태에서 1기가비피에스(Gpbs), 60㎞ 이상 달리는 상태에서 100Mbps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LTE-어드밴스트'로 진화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개발됐으며, 미국 버라이즌과 영국 보다폰 등 전세계 주요 이통사들잉 4G로 LTE 기술을 채택했고, 2010년부터 상용화될 예정이다. 2015년에 이르면 LTE 가입자수는 4억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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