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배경과 '출구전략' 시기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7.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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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9일 금리를 동결한 것에는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선진국 경기와 원자재가격 상승, 집값 불안 등이 내재된 만큼 금리 조정에는 시간을 벌려는 전략도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 결정과 경기 회복 이후에 대비한 출구전략 가시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동결 배경은
최근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는 긍정적인 것들이 다수여서 금리 동결 예상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6월 소비자물가는 2%(전년 동월대비) 오르는데 그치며 4개월째 둔화됐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도 정부는 내놨다.



지난달 무역수지도 월간 기준으로 사상최대인 74억39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생산 역시 전월 대비 5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됐다.

한은의 6월 기업경기 조사에서도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오른 77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 경제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글로벌 공조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2개월째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한은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은의 결정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도 깔려있다. 경기 조기 회복을 뒷받침해온 재정 효과가 3분기 이후로는 서서히 약화될 것으로 보이고 재정 여력도 떨어지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의 불투명성도 한은의 고민 수위를 깊어지게 한다.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과 집값 불안 우려도 고려 요소다.

◇출구전략 언급 수위..금리 인상 전망은
한은의 금리 동결이 예상됐던 만큼 주목을 끄는 것은 한은의 경기 인식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암시였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주택담보 대출 규제 분위기와 물가 사전 대비론 등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언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10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는 만큼 향후 전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개선될 경우 이를 통화정책에 선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경제상황을 볼 때 한은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경기 인식에 대한 언급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한은이 최근 국내 경제지표 반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히 인정할 것"이라며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이르다는 입장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구전략에 대한 포괄적인 언급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미 외화자금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등의 대책도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일단 내년 이후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노무라증권이 11월 인상 예상을 내놓았지만 이 예상도 국내 수출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기반에 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경기회복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기까지는 한은이 현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4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될 것임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빠르면 연말 또는 내년 1분기에 변화할 것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3분기 이후의 경제상황이 가시화되는 10 ~ 11월이 돼야 인상 논의 자체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말쯤 되면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나오겠지만 실제 인상은 올해 안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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