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과잉 공급 재연 조짐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7.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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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주도..과잉공급에 금리 협상력 저하 우려

이 기사는 07월03일(16: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계 기업 해외채권의 발행 집중에 따른 과잉 공급현상이 지난 4월에 이어 재연될 조짐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더불어 조달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금리 협상력이 저하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공기업 주도 발행 러시..7월에만 20억~30억불



3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둘째주부터 매주 한국물 발행 일정이 잡혀 있다. 둘째주 수출입은행의 10억달러 규모 발행을 필두로 그 주 가스공사, 다음주 수협중앙회와 한전, 마지막주 석유공사가 잇따라 발행될 예정이다. 한달동안 발행되는 규모가 20억~30억달러가 된다.

7월 발행되는 한국물은 공기업들이 주도한다. 해외 광구 지분 인수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확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채권 발행에 나서고 한전이 이에 가세한다.

7월에 공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몰리는 이유는 공기업들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의 효력이 떨어지는 '135일룰'에서 벗어나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손에 거머쥐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리적으로 발행이 어려워 미뤘던 발행이 한꺼번에 몰리는 셈.


또 다른 이유는 공기업들이 올 초 경영평가에서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이 주요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화 조달을 해 올 경우 해당 공기업의 경영 평가 점수를 후하게 주기로 했다. 그 방편으로 외화 조달 이후 환헤지 시기와 비율 조절도 가능케 해줬다.

과잉 공급 우려→금리 협상력 저하



올 들어 아시아 지역(중동 제외)에서 발행된 채권은 425억달러 가량이고 이 중 한국물이 200억달러 정도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공모가 100억달러 수준.

아시아 국가중 한국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증거인 동시에 외화 조달의 필요성이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물이 과도하게 많았다는 게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싱가포르 소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올해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 자산이 많이 흔들렸지만 그 중 한국물에서 먹을 게 많았다"며 "나오는 족족 담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발행 이후 유통시장에서 가산금리가 100bp 이상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물 투자자들은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은행을 정점으로 발행 이후 유통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금리 상승) 투자자들도 한국물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프리미엄을 얹지 않고 적절한 가격에 발행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한수원과 신한은행 이후 한국물에 대해 투자자들이 극도로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제는 발행자와 투자자간 금리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줄다리기가 시작됐는데 공급이 쏟아질 경우 한국계 발행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출입은행이 1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계획하면서 리보(LIBOR) 기준 가산금리 300bp 이하를 목표로 하면서 벅찰 수밖에 없는 것도 대기하고 있는 한국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상반기 한국물은 사실 저평가됐지만 이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시점이 됐는데 수급 측면에서 발행자들이 쏠리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한국물 발행금리가 과거와 같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냐 마느냐는 이제부터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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